“유명 시인에서 신인들로, 독자 관심 불러들였다” 200호 맞은 문학동네 시인선

“유명 시인에서 신인들로, 독자 관심 불러들였다” 200호 맞은 문학동네 시인선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10-17 13:30
수정 2023-10-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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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승호, 허수경, 송재학 시집 첫발
200호 기념 시집 등 하루만에 1만부 찍어
전체 시집 4분의 1이 젊은 시인의 첫 시집
박준 첫 시집은 60쇄, 20만부…대부분 중쇄
강윤정 편집자 “낯선 시 장벽 낮추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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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이 200호를 맞아 기념으로 펴낸 티저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와 1~199호 시집 속 시인의 말 모음집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티저 시집에서는 앞으로 펴나올 시인 50인의 신작 시와 이들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 대한 단상을 한 문장으로 만날 수 있다. 문학동네 제공
문학동네 시인선이 200호를 맞아 기념으로 펴낸 티저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와 1~199호 시집 속 시인의 말 모음집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티저 시집에서는 앞으로 펴나올 시인 50인의 신작 시와 이들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 대한 단상을 한 문장으로 만날 수 있다.
문학동네 제공
감각적인 제목과 다채로운 색을 품은 표지로 시 독자들을 불러모은 ‘문학동네 시인선’이 200호를 맞았다.

“보다 젊은 감각과 깊은 사유를 지향한다”는 기치 아래 2011년 1월 최승호 시인의 ‘아메바’로 첫 발을 뗀지 12년 만이다.

각각 1975년, 1978년에 첫 시집을 출간한 창비 시인선,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에 비해 후발주자로 출발한 문학동네 시인선은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1~199호를 펴낸 시인 199명 가운데 첫 시집을 낸 시인이 전체의 4분의1인 45명에 이를 정도다.

특히 박준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출간 10년째인 올초 60쇄를 찍으며 지금까지 20만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1만부 이상 나간 신인 시인도 여럿이고 중쇄를 찍지 않은 시집이 거의 없을 정도로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오은),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황인찬) 등 보는 이를 솔깃하게 하는 문장형 제목과 각기 다른 개성을 나타내는 색색의 표지로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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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의 편집을 맡아온 강윤정 편집자가 200호를 기념해 펴낸 티저 시집과 시인의 말 모음집을 소개하고 있다. 구독자 4만명을 거느린 유튜브 ‘편집자K’도 운영하며 책을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가닿게 하는 데 열심인 그는 “생필품이 아닌 책은 안 보이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하니 독자들에게 늘 꾸준히, 새롭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문학동네 시인선의 편집을 맡아온 강윤정 편집자가 200호를 기념해 펴낸 티저 시집과 시인의 말 모음집을 소개하고 있다. 구독자 4만명을 거느린 유튜브 ‘편집자K’도 운영하며 책을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가닿게 하는 데 열심인 그는 “생필품이 아닌 책은 안 보이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하니 독자들에게 늘 꾸준히, 새롭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독자들의 이런 호응에 대해 18호 시집부터 편집을 맡아온 강윤정 편집자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집만이 시집을 읽는 시작점이 된다고 여기는 독자들 사이에서 문학동네 시인선은 모르는 시인의 첫 시집을 읽는 데 대한 심리적 거리감과 장벽을 낮아지게 했다”며 “첫 시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인의 신선하고 재기 넘치는 감각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인의 다음 시집으로 독자를 이끌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시인선의 미래 보여줄 50인 신작 시, 티저 시집에 담아
강 편집자 “시론의 정수 느끼며 결 맞는 시인 발견하길”
신형철 평론가 “시인과 독자 모두 당당해지는 시의 판”
최근 200호 기념으로 펴나온 두 책도 지난 11일 서점에 깔린 지 하루 만에 벌써 중쇄(1만부)를 찍었다. 시인선이 앞으로 펴낼 시집의 주인공인 시인 50명의 신작 시와 이들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를 한 문장씩 들여보낸 티저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와 1~199호 시집 속 ‘시인의 말’ 모음집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이다.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신미나 시인은 “죽은 이의 심장으로 다시 사는 것”, 박연준 시인은 “시란 작아지지 않는 슬픔, 그게 좋아서 첨벙첨벙 덤비는 일”이라고 썼다.

티저 시집에 대해 “앞으로 나올 시인선의 ‘미리 보기’이자 ‘가이드’”라고 소개한 강 편집자는 “독자들이 시의 정의에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은 시인들의 문장에서 ‘시론의 정수’를 느껴보며 자신과 결이 맞는 시인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팁을 건넸다.

‘새로운 시작’은 기존의 기조를 이어받으며 추동해나간다. 201·202·203호 모두 한여진, 고선경, 임유영 등 신인들의 첫 시집을 잇따라 낸다. 강 편집자는 “시인도, 독자도, 시장도 시시각각 달라지니 독자들의 취향에 계속 기민하게 반응하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획위원인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티저 시집 첫머리에 쓴 ‘펴내는 말’은 시인선의 역할과 미래를 미리 건너다보게 한다.

“시인과 독자 모두 스스로 당당해지는 시의 판을 벌이는 것, 시가 가진 섬세한 인지적 역량을 신뢰하고, 그를 통해 시인과 독자 모두의 삶이 깊이를 얻게 되길 꿈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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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들의 첫 시집을 주력으로 펴 내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의 감각과 사유를 소개해온 문학동네 시인선. 문학동네 제공
젊은 시인들의 첫 시집을 주력으로 펴 내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의 감각과 사유를 소개해온 문학동네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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