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끝낸 송민엽 PD·이강 작가

‘오월 광주’ 배경으로 담은 청춘로맨스
송 PD “혹시 누 될까 확실한 역사 다뤄”
이 작가 “사실 아닌 건 한 줄도 안 쓰려 해”
비극과 마주한 현재의 삶 그리며 공감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는 광주를 떠나려 했지만 스러지는 시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명희와 희태, 학생 운동에 투신한 법대생 수련, 계엄군이 된 경수 등 다양한 청춘들의 그때와 오늘을 담는다.<br>KBS 제공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는 광주를 떠나려 했지만 스러지는 시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명희와 희태, 학생 운동에 투신한 법대생 수련, 계엄군이 된 경수 등 다양한 청춘들의 그때와 오늘을 담는다.
KBS 제공
41년 전 행방불명자 유골이 최근까지 확인될 만큼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영화에 비해 드라마에서는 SBS ‘모래시계’(1995), MBC ‘제5공화국’(2005) 정도를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다룬 적이 없을 만큼 생소한 소재다.

최근 종영한 KBS ‘오월의 청춘’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은 드라마다.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풋풋한 청년들의 로맨스를 펼쳤고, 2021년 주인공 명희(고민시 분)의 유골이 발견되는 장면이 등장하며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민엽 PD는 “5·18을 다루는 만큼 최대한 조심스레 접근하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생존자나 유족 등 남아 있는 분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확실한 역사만 다루려고 했다는 그는 “‘택시 운전사’나 ‘화려한 휴가’, ‘스카우트’ 등 영화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대학생에서 계엄군이 된 인물 경수를 통해 집단 내 다양한 개인을 보여준다. KBS 제공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대학생에서 계엄군이 된 인물 경수를 통해 집단 내 다양한 개인을 보여준다. KBS 제공
대본을 쓴 이강 작가도 서면 인터뷰에서 “부담이 굉장히 컸다”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있지만 이야기 밑에 흐르는 시대를 표현할 때 역사에 없는 사실은 한 줄도 적지 말자는 각오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전남 출신인 정욱진·김보정 배우에게 광주 사투리 감수를 받고, 당시 시가지 모습을 수원 세트장에 구현하는 등 현실감도 높였다.

송민엽 PD는 “당시의 기억과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은 그날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br>KBS 제공
송민엽 PD는 “당시의 기억과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은 그날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KBS 제공
드라마는 2013년 출간된 김해원 작가의 동화 ‘오월의 달리기’를 원작으로 한다. 원래 줄거리는 전국소년체전을 준비하던 초등학생 육상선수 명수의 눈에 비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다. 여기에 명수의 누나 명희 등 네 청춘의 이야기를 더해 확장했다.

광주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독일 유학을 꿈꾸는 명희와 서울에서 귀향한 의대생 희태(이도현 분)의 비극적인 사랑은 물론 학생운동에 나서는 법대생 수련(금새록 분)과 지역 유지의 아들 수찬(이상이 분) 남매, 군에 징집된 운동권으로 계엄군이 된 경수(권영찬 분) 등 집단 속 다양한 개인들을 담아낸다. 명희와 희태처럼 사회 운동에서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이 벼락같은 일을 맞고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린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속 운동권 법대생인 수련. KBS 제공
드라마 ‘오월의 청춘’속 운동권 법대생인 수련. KBS 제공
운명이 바뀌어 버린 보통 사람들의 삶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누나와 아버지를 잃고 성직자가 된 명수,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경수, 응급의학과 의사가 된 희태 등은 당시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을 대변한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십자가를 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송 PD)는 의도와, “현재도 밀물의 삶을 견뎌 내고 있는 또 다른 희태들이 슬픔에 잠기지 않고 삶을 헤엄쳐 가길 응원하는”(이 작가) 바람이 담겨 있다.

총 12부작에 모든 것을 눌러 담은 드라마는 5%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종영했다. “명희를 친구처럼 우려해 주는 시청자 반응을 보며 오월 속으로 한 걸음 다가와 주시는 것을 느꼈다”는 이 작가의 소감처럼,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증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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