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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40도↑… 부처님도 못 견디는 인도 폭염

툭하면 40도↑… 부처님도 못 견디는 인도 폭염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5-23 14:48
업데이트 2022-05-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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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오른쪽)이 22일 인도 비하르주 부다가야에서 열린 분황사 준공식에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우산 아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오른쪽)이 22일 인도 비하르주 부다가야에서 열린 분황사 준공식에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우산 아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인도의 낮기온이 툭하면 40도 이상 치솟으며 혹독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원래도 무더운 날씨에 지구온난화 여파까지 겹치다 보니 인도를 불교의 고향으로 만든 부처님도, 인도가 마음의 고향인 스님들도 쉽게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더웠다.

인도는 최근 혹서기를 맞아 곳곳에서 피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인도 기상청은 델리 지역의 기온이 50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고, 심각한 탈수에 추락하는 새들도 나와 큰 이슈가 됐다. 인도 현지의 동물보호단체들은 수백 마리의 새를 구조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나마도 일부는 탈수와 합병증으로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가 있는 인도 비하르주 부다가야에 지어진 한국 전통 사찰 분황사(芬皇寺)도 이러한 인도 날씨에 큰 영향을 받았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22일 준공한 분황사는 한국의 전통 양식이긴 하지만 목재가 아닌 콘크리트와 청동 등을 사용해 사찰을 지었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목재가 못 견디는 탓이다.
인도 분황사의 불상은 청동에 금을 입혀 제작돼 무게가 350㎏에 달한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인도 분황사의 불상은 청동에 금을 입혀 제작돼 무게가 350㎏에 달한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스님들이 무더위 속에 무거운 불상을 옮기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스님들이 무더위 속에 무거운 불상을 옮기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분황사 대웅보전에 안치된 불상은 청동으로 제작됐다. 제작을 맡은 여진불교 조각원 이재윤(46) 팀장은 “이런 기후에서는 나무에 금을 입혀도 갈라지고 틀어진다”면서 “처음에는 목불로 할까 논의가 있었는데, 목재가 장시간 버틸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해 청동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나무로 제작해 보수가 필요할 경우 한국에서 보수팀이 매번 왔다갔다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야말로 부처님도 못 견디는 폭염이다.

준공식에 하루 앞서 불상을 안치하느라 안간힘을 쓴 스님들은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불상의 무게가 350㎏에 달하다 보니 성인 남성 여럿이 달려 들어도 옮기기 쉽지 않았던 탓이다. (관련 기사 : 44도 폭염에 땀 뻘뻘… 350㎏ 부처님 맞은 인도 분황사)
현장 공사를 총괄한 도편수 박철수씨가 콘크리트를 사용해 분황사를 건립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현장 공사를 총괄한 도편수 박철수씨가 콘크리트를 사용해 분황사를 건립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현장 공사를 총괄한 박철수(67)씨는 날씨 때문에 분황사를 콘크리트로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더울 때는 일을 못한다. 인도 사람들도 막 쓰러질 정도였다”면서 “나무로 지으면 인도 특유의 날씨와 벌레들이 나무를 오래 못 가게 해서 콘크리트로 지었다”고 밝혔다.

1년 반 정도에 걸친 준공 과정에서도 더위로 어려움을 겪은 분황사는 준공식 당일에도 오전부터 무더운 날씨에 많은 이를 괴롭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69) 스님이 연설할 때는 비서 역할을 하는 스님이 노란 우산을 들고 무더위로부터 원행 스님을 지켰다.
폭염으로부터 보호받는 원행 스님.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폭염으로부터 보호받는 원행 스님.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지난 19일(왼쪽)과 20일(오른쪽)의 부다가야 날씨. 최고 기온이 43도에 달했다.
지난 19일(왼쪽)과 20일(오른쪽)의 부다가야 날씨. 최고 기온이 43도에 달했다.
분황사 건립을 계기로 방문한 바라나시의 사르나트(녹야원·붓다가 최초로 설법한 곳)와 보리수나무가 있는 마하보디 사원 역시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인도의 태양은 어디에서나 강렬했다. 불교 성지 곳곳에 나무 그늘이 있었지만 음지의 공기까지 더운 인도 더위를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붓다가 최초로 설법한 것을 기념한 사르나트에서 조계종 스님들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바라나시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붓다가 최초로 설법한 것을 기념한 사르나트에서 조계종 스님들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바라나시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보리수나무 아래 예불을 올리는 조계종 스님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보리수나무 아래 예불을 올리는 조계종 스님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그러나 이런 혹독한 무더위에도 스님들과 불자들은 성지순례를 한다는 기쁨, 인도 성지에 한국 사찰이 들어선다는 기쁨으로 무더위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스님들은 부처님을 향한 마음으로 무더운 날씨에도 가사 장삼을 다 갖춰 입고 탑돌이를 하고 예불을 드리는 등 정성을 다했다. 인도의 무더위는 위협적이었지만 인도 성지에 지어진 한국 사찰이 잘되기를 바라는 스님들의 마음은 더 뜨거웠다.

부다가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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