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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바이든과 ‘날리면’ 사이/문소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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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09-27 01:19 서울광장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핫 마이크’(Hot Mic)에 尹 노출
정치인에게 일종의 방송 사고
바이든처럼 말실수 사과하고
지금은 복합위기에 더 집중할 때

문소영 논설위원

▲ 문소영 논설위원

지난 주말에 ‘듣기평가’ 또는 ‘청력 테스트’에 도전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난 직후 한 발언을 각기 다른 방송사 버전으로 반복해 들었다.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 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지난 22일 이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한 MBC는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자막 처리를 했다.

이른바 ‘핫 마이크’(Hot Mic)다. 해외에서 흔한데 대통령이나 정치인 등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혼잣말 등으로 누군가를 욕하는 등 속마음을 드러내면 그것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되곤 한다. 윤 대통령이 그 경우에 노출된 것이다. ○○○은 헷갈리더라도 ‘이××들’과 ‘쪽팔려서’는 언제나 또렷하게 들렸다. 이 발언은 대통령실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었기에 더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바이든 앞에서 한 말은 아니지 않으냐”며 반박했다. 외신도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모욕했다’는 헤드라인을 내걸고 보도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공개 해명한 것이 15시간 뒤다. 대응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김 홍보수석은 문제의 그 발언을 다시 들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국회에서 이××들’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의 야당 국회의원, 그러니까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윤 대통령이 한국 민주당 국회의원 ××들이 (글로벌 펀드에 1억 달러 기부하기로 한 것을)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미 의회 의원을 모욕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 파트너인 민주당 국회의원 169명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지 그 해명 그 자체가 참사로 판단됐다.

대통령의 순방 때 일화를 앞세워 국익을 훼손하는 일은 과거 역대 정부에서도 늘 있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 사람’(this man)으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쉬운 사람’(easy man)으로 불렀는데, 한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며 당시 야당 의원들이 공격했다. 중국 초청을 받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몇 끼를 ‘혼밥’했는데, 시진핑 주석에게 홀대당했다며 난리였다. 현재 국민의힘이 야당일 때였다. 대통령 순방마다 바뀐 여야가 매번 “외교참사”니, “홀대”니 하면서 공격하면 어떤 대통령도 그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런 점에서 국익 앞에서 여야의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신도 실수한다는데, 사람은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실수보다 그 실수를 처리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만약 비속어가 섞인 발언이 보도된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이었음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과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말실수 정도로 정리될 수 있지 않았을까. 바이든 대통령은 폭스뉴스 기자에게 혼잣말로 욕설을 하다가 핫마이크 됐는데, 빠르게 사과하면서 일단락이 났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꺾였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요즘 적지 않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저서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 네덜란드, 영국, 미국, 중국 등의 흥망성쇠를 다양한 지표로 분석했다. 한국은 이 흥망성쇠 6단계 중 어느 단계에 있을까. 단군 이래 최대의 부를 쌓았다는 주장을 20년 넘게 해오던 한국은 주요 10개국(G10) 언저리에서 정점을 통과하고 하락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일본처럼 G2를 밟아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신냉전의 도래로 세계가 재편되는 시점에 한국의 주요 정치경제 리더들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현실이 될 수 있는 ‘비속어 논란 진상조사’는 한국이 현재 처한 복합위기의 해결 순위에서 아주아주 낮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문소영 논설위원
2022-09-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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