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배신자 낙인 지우고… 끝내 울어버린 킹

[NBA] 배신자 낙인 지우고… 끝내 울어버린 킹

한재희 기자
입력 2016-06-20 22:56
수정 2016-06-2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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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클리블랜드 창단 첫 우승

르브론 제임스, 2010년 팀 떠난 후 실망한 팬들 유니폼 화형식 벌여
4년 만에 복귀하며 “우승하겠다”
골든스테이트와 최종 7차전서 트리플 더블 활약하며 약속 지켜
세 번째 챔프전 MVP 수상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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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눈물. 오클랜드 AP 연합뉴스
왕의 눈물. 오클랜드 AP 연합뉴스 클리블랜드의 르브론 제임스(가운데)가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5~16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 7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제임스는 2011~12, 2012~13시즌 이후 세 번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영예도 안았다.
‘킹’ 르브론 제임스(32)가 마침내 고향팀 클리블랜드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제임스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5~16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와의 챔피언 결정 7차전에서 트리플 더블(27득점·11리바운드·11어시스트)의 활약을 선보이며 93-89, 4점 차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클리블랜드는 창단 후 첫 우승을 달성했으며, 제임스는 마이애미 시절 두 차례(2012·2013년 챔프전) 우승에 이어 세 번째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제임스는 ‘디펜딩 챔피언’을 꺾고 팀의 우승이 확정된 뒤 코트에 엎드려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개인 통산 세 번째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어서 기쁘다. 고향팀에서 거둔 우승이어서 더 특별하다”며 “클리블랜드, 당신들을 위한 우승”이라고 외쳤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제임스는 2010년 7월 ‘클리블랜드의 아이’에서 한순간에 ‘배신자’로 전락했다. 당시 제임스는 고향팬들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7년간 몸담았던 클리블랜드를 떠나 마이애미로 이적을 발표했다. 강팀에서 뛰며 우승 반지를 끼기 위해서였다. 이에 실망한 팬들은 오하이오주 곳곳에서 제임스 유니폼의 화형식을 벌였다. 게다가 이후에도 반복된 실언으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팬들에게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

하지만 제임스는 2014년 여름 장문의 편지를 통해 고향팀 복귀를 알리며 오랜 방황을 끝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클리블랜드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우승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자신의 복귀 약속을 지켜냈다. 제임스는 동점 11회, 역전 20회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승부를 펼쳤던 이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종료 1분 50초를 남기고 89-89로 팽팽하던 상황에서 상대팀 안드레 이궈달라의 속공을 호쾌한 블록슛으로 저지했다. 만약 이때 점수를 내줬으면 분위기는 급속히 골든스테이트 쪽으로 넘어갈 뻔했다. 또한 종료 10.6초 전에는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한 점을 추가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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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전 고개 숙인 커리. 오클랜드 AFP 연합뉴스
최종전 고개 숙인 커리. 오클랜드 AFP 연합뉴스 골든스테이트의 스테픈 커리가 20일 2015~16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 7차전 클리블랜드와의 경기 후반전에 고개를 숙인 채 코트를 나서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이번 우승으로 52년간 계속됐던 무관의 서러움을 단박에 날려 버리게 됐다. 클리블랜드는 농구팀 외에 메이저리그(MLB) 인디언스, 미국프로풋볼(NFL) 브라운스 등의 프로스포츠 구단이 있지만 1964년 브라운스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미국 4대 스포츠에서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 제조업의 후퇴로 지역 경제까지 어려워지자 상대팀들로부터 ‘패배자들의 도시’라는 조롱을 받아 왔다.

또한 이번 우승은 NBA 챔피언 결정전 사상 최초로 1승3패로 뒤지던 팀이 역전 우승을 일궈낸 사례로 남게 됐다. 지금까지 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 팀이 3승1패로 앞선 것은 총 32번이 있었고, 한 번의 예외도 없이 3승1패 팀이 우승을 가져갔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6-06-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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