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과거의 나를 이기는 삶/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과거의 나를 이기는 삶/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18-12-31 17:10
업데이트 2019-01-0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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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23살에 백수였다. 졸업을 했으나 백수답게 교정을 배회하던 시절이라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길에 후문 고가 밑에 자리잡은 한 할아버지가 수상을 본다고 해서 재미삼아 손바닥을 내민 적이 있었다. 5000원이었다. 당시 할아버지 왈, “사시를 보면 붙겠어”라고 했다. “몇 살에요?” “35살에.” “네?” 그 당시부터 12년이나 공부를 해서 사시에 붙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뒤도 안 돌아보았다.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할 때까지 인생의 즐거움을 유예하고 사는 고시생들의 삶을 살아낼 자신도 의욕도 없었다.

잠깐 학원 강사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중고생에게 학원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에 죄의식 같은 것이 올라와 그만두었다. 취업 재수생 시절에 신문을 읽으면서 “되기만 하면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 텐데”라고 했는데, 얼마만큼 그 각오를 지키며 살아왔나 생각해 본다.

과거의 나는 어땠는가를 돌아보고, 현재는 어떠하며, 미래에는 어떨 것인가를 생각한다. 아마도 연말연시인 탓이리라. 헤밍웨이는 나이가 많아진다고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과거의 자신을 이기는 때만이 진정 승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이만큼 현명해지고 과거의 나를 이기는 새해를 기대해 본다.

symun@seoul.co.kr

2019-01-0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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