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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디폴트 감수한 이유는

아르헨티나 디폴트 감수한 이유는

입력 2014-07-31 00:00
업데이트 2014-07-3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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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지펀드 요구 수용 시 경제몰락 우려로 버티기 ”각오했던 일”…브라질·중국에 지원 요청 가능성

아르헨티나 정부와 미국 헤지펀드 간에 진행돼온 채무상환 협상이 결렬되면서 아르헨티나는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천억 달러의 채무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지 13년 만에 또다시 디폴트를 경험하게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디폴트 사태가 2001년 당시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외화보유액이 300억 달러를 밑도는 사실을 고려하면 미국 헤지펀드가 100% 상환을 요구한 채무가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규모는 2001년보다 훨씬 적다. 현재의 외화보유액은 2001년 당시보다 2배가량 많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헤지펀드를 제외한 나머지 채권자들과는 지난 2005년과 2010년에 이루어진 1·2차 협상에서 채무의 92.4%를 달러당 25∼29센트 수준으로 깎는 헤어컷(손실 상각)에 합의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헤지펀드들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아르헨티나가 미국 헤지펀드들에 채무를 100% 상환하면 2005년과 2010년 합의는 무의미해진다. 당시 합의에 “채무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채권자에게 2014년 12월31일까지 더 우호적인 지급 조건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RUFO(Rights Upon Future Offers)로 일컬어지는 이 조항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다른 채권자들과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 이미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자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만일 아르헨티나가 미국 헤지펀드 채무를 전액 상환하게 되면 채무 규모는 2005년과 2010년 합의 이전의 원금에 이자 등을 포함해 적게는 1천200억 달러, 최대 5천억 달러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 경제의 몰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르헨티나는 미국 헤지펀드의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 디폴트를 맞는 것과 미국 헤지펀드에 채무를 상환하고 다른 92.4%의 채권자들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채무 상환을 약속하는 것 등 두 가지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에게는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는 한 미국 헤지펀드들에 대한 채무를 갚지 않고 ‘기술적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이 최선이었던 셈이다.

디폴트가 현실화하면서 달러화 국외 유출이 늘어나고 투자와 신용대출 및 소비 감소, 생산 위축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실업률 상승, 통화 가치 하락, 기업체 도산 등 상당한 충격이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일정 수준의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면서 디폴트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과 중앙은행 차입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인플레율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화폐 발행량을 늘리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르헨티나 방문에 맞춰 체결한 11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디폴트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에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에 구원의 손길을 보낼 수도 있다. 브라질의 외화보유액은 세계 6∼7위 수준인 3천800억 달러에 육박한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미국 헤지펀드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외부로부터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협상안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며 디폴트도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발언은 디폴트 여파가 2001년보다 크지 않을 것이고, 상황에 따라 중국이나 브라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배경에 깔고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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