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바닥난 예능프로 생존법은

“나올 건 다 나왔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을 두고 방송가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판을 흔드는 굵직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1~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거기”라는 따가운 시선 속에 익숙한 소재 속에 새로움을 찾으려는 방송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MBC ‘일밤-애니멀즈’
tvN ‘수요미식회’
SBS ‘정글의 법칙’
실제로 최근 각 방송사들이 내놓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기존의 큰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KBS ‘용감한 가족’은 연예인들로 구성된 가족이 해외의 낯선 마을에서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MBC ‘일밤-애니멀즈’는 개, 팬더, 타조 등 각종 동물들과 인간의 교감을 다룬다. 여행, 생존, 관찰 등 기존의 코드가 하나둘씩 섞여 있다. JTBC ‘썰전’에서 시작된 비평 토크는 tvN ‘수요미식회’에서 음식과 결합됐고, 연예인 아버지와 20대 딸이 출연하는 SBS ‘아빠를 부탁해’는 가족 및 육아 예능의 성인 자녀 버전이다.

방송가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최소 2~3년간 지속돼 왔다고 보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집단 MC 체제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KBS ‘1박 2일’은 여행 프로그램을 유행시켰으며 Mnet ‘슈퍼스타K’와 MBC ‘나는 가수다’는 음악 예능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장을 열었다. 2011년 시작된 SBS ‘정글의 법칙’은 관찰 예능 트렌드를 만들어냈으며, JTBC가 ‘썰전’과 ‘마녀사냥’을 통해 특화된 토크쇼를 선보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법 위에 육아, 모창, 체험, 음식 등 크고 작은 재료들이 바뀌어가고 있다. 잘 비벼져서 ‘육아예능’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요리법과 재료들이 새로운 맛을 내지 못해 ‘베끼기’ 논란이 불거진 경우가 많다.

방송가에서는 나름의 고충을 호소한다. 한 방송사의 예능국 고위 관계자는 “머릿속에서 상상한 예능프로그램의 틀도 방송으로 구현하는 방법은 한정적”이라면서 “방송 환경이 달라지고 채널과 프로그램이 많아지다 보니 새롭다고 생각해 만든 것도 어디선가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심야 프로그램 시청률 하락세 속에 새로 내놓은 프로그램들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방송사의 도전과 모험에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방송사들은 ‘융합’과 ‘진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요소의 조합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게 요즘의 예능프로그램 제작 방식”이라면서 “그 위에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냈다면 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용감한 가족’이 출연진을 가상의 가족으로 엮어 낯선 곳에서 살아가면서 돈독해지는 인간관계를 포착하고, ‘수요미식회’가 ‘먹방 없는 음식 예능’으로 기존 음식예능프로그램의 이면을 공략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의 인기 프로그램도 융합으로 재단장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은 지난달 30일 첫 전파를 탄 ‘프렌즈편’에서 오지에서의 생존에 우정이라는 주제를 더해, 생존의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우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들여다본다.

한편에서는 여전히 지상파의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tvN과 JTBC는 기존의 요소를 조합하더라도 라이프스타일과 정서, 정보 등을 예능프로그램의 전면에 앞세워 성공했으나 지상파는 여전히 ‘예능=웃기기’라는 공식에 갇혀 있어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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