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산-안나푸르나/김재학 · 여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황학주

입력 : ㅣ 수정 : 2019-08-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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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나푸르나 / 김재학
산-안나푸르나 / 김재학  227×145.5㎝, 캔버스에 오일, 2011 서양화가, 구상전 공모전 은상

▲ 산-안나푸르나 / 김재학
227×145.5㎝, 캔버스에 오일, 2011
서양화가, 구상전 공모전 은상

227×145.5㎝, 캔버스에 오일, 2011

서양화가, 구상전 공모전 은상

여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 황학주

바람의 쇄골 선을 따라

흔들리며

바람이 불수록

언성을 낮추기 위해

땅에 갈고리를 거는 억새

다시는 당신에게 화를 내지 않게

당신에게

한 가지만 결심을 하게

만조한 내 인생에서

당신이지만 알려주는 게 좋겠다

당신의 손을 잡고 가다

당신을 더이상 떠올리지 못할 때

화를 내지 않을게

날리는 억새 아랫도리를 여며 주려

뜻밖에 붉은뺨멧새가 뛰어드는

바람이 먹고 얼룩지고 지워지며

지나는 여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당신에게 화를 내기엔

약여히 당신을 살아본 적이 없다

덥다. 마날리 이야기를 할까. 마날리는 히말라야 산록의 산골 마을이다. 만년설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수백 년 묵은 전나무 숲이 이어져 있고 마을의 돌담을 따라 사과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숲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고 웃는 얼굴로 나마스테! 인사를 한다 숲길을 벗어나면 꽃밭 천지다. 수십 수백㎞의 산록이 꽃밭과 꽃향기로 이어진다. 이슬람의 한 시인은 ‘카슈미르여 신비한 꽃의 침대여’라고 노래했다. 라다크로 이어지는 이 꽃길을 걸으며 나는 내 인생에서 꽃향기가 나기를 바랐다. 당신에게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다 틀어진다. 마날리에 세 번 갔다. 몇 번 더 다녀와야 생이 변변해질까.

곽재구 시인
2019-08-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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