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간 통화로 남북해빙 무드 가속…‘엇박자’ 우려 불식

한미, 정상간 통화로 남북해빙 무드 가속…‘엇박자’ 우려 불식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1-05 09:17
업데이트 2018-01-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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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美 확고한 입장이 도움”…트럼프 “100% 지지” 화답트럼프 “가족 포함 美 고위 대표단 파견”…‘평화올림픽’ 지원 확약강력한 한미공조 재확인…남북대화 넘어 북핵문제 해결 기대감 높여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북간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정상이 긴밀한 공조를 다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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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트럼프 한미 정상 통화 소개하는 일본신문들
문 대통령-트럼프 한미 정상 통화 소개하는 일본신문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소개하는 일본 주요 신문의 5일자 조간 지면. 일본 주요 신문의 대부분은 1면에 이 소식을 전하며 한미 양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급작스러운 유화제스처로 인해 북핵 해결을 목표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엇박자’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반도 해빙 기류를 한층 가속화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오후 10시부터 30분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남북 간 대화 재개 국면에서 한미 공조가 변함없이 유지될 것임을 확인했다.

최근 남북 간 대화 재개 분위기를 바라보는 워싱턴의 우려를 씻어내는 차원을 넘어 견고한 한미 공조를 등에 업고 남북대화에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 취임 후 여덟 번째인 이날 한미 정상간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요청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급작스러운 남북대화 재개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남북대화가 재개돼야 하는 당위성을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앞으로의 대화재개 과정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남북대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우리는 남북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근거로 나돌고 있는 이른바 ‘통남봉미’(通南封美) 우려를 잠재우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남측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핵단추’를 언급하며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에 있다”고 적대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청와대와 정부가 남북대화 재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내 조야는 관망세 속에서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감지됐던게 사실이다.

남북 간 해빙 무드 속에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뒷순위로 밀리는 듯한 인상은 미국으로서는 그리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로켓맨(김정은 지칭)이 지금 처음으로 한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면서도 “이것은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로 보고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남북 간 대화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함으로써 미국 내의 이같은 부정적 기류를 크게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통화에서 남북대화가 성사될 수 있던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하고 강력한 대북 입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사의를 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이런 분위기는 양 정상의 통화 전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트위터에 “내가 확고하고 강력하고 북한에 대해 우리의 모든 힘을 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북한과 남한 간 회담과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바보들, 하지만 회담은 좋은 것”이라고 적었다.

남북이 대화 성사에 이르게 된 과정에 자신의 공이 있음을 과시하면서, 일단 남북간의 회담 진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한미 공조를 재확인함으로써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참가시켜 ‘평화올림픽’을 완성하고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면서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특히 이번 정상간 통화의 가장 큰 성과물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였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평화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는 동시에 평창올림픽을 고리로 한반도 정세가 대결과 긴장에서 대화와 협상의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함으로써 남북 간 대화 무드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물론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을 언급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는 등 여전히 대화 국면에 걸림돌이 될 변수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선다면 미국은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면서 정세의 흐름이 제재와 압박 쪽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청와대는 남북 관계 복원 움직임과는 별도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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