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 내정자 단독 인터뷰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 내정자 단독 인터뷰

입력 2010-06-17 00:00
업데이트 2010-06-1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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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그룹같은 메가뱅크로 키우겠다”

어윤대(65)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는 “KB금융지주를 영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 금융그룹과 같은 메가뱅크로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KB지주 업무에 대한 우선순위는 KB금융 경영 합리화, 인수·합병(M&A), 그리고 사업다각화”라면서 “임기내에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초를 닦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언론이 너무 앞서나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관심을 끌고 있는 강정원 행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잘하셨지 않느냐.”는 언급 외에는 향후 인사에 대한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어 회장 후보는 16일 밤 서울 부암동 자택 근처 커피숍에서 30분 남짓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KB지주의 앞날과 후보 과정에서의 이런저런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민감한 질문이 이어질 때면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의식한 듯 말을 아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후보로 나선 데 대해서는 “행복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용감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어 후보는 인터뷰를 하기 전에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와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어 후보와 김 교수는 15년여 전 정부가 증권산업 발전방안을 만들 때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2006년 만든 친목모임인 ‘빅뱅클럽’의 멤버다.

→지난 15일 회장 후보로 결정된 직후 어떻게 지냈나.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일정도 많고 여기저기서 전화도 많이 받는다. 오늘 아침에는 내일(17일) 서울 태평로의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조찬 모임을 오늘로 착각해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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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는 16일 임기 내 메가뱅크로서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는 16일 임기 내 메가뱅크로서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KB금융 회장직과 관련된 언론 보도는 보고 있나.

-언론 보도는 하나도 안 본다. 인터넷은 하루에 대여섯 번 들어가는데, 대개 메일 확인만 한다. 내가 내용을 아는 기사는 비판이나 비방하는 기사들이고, 내가 내용을 모르는 기사는 오보다. 왜 이렇게 스토리를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한두 마디만 듣고 그게 전체인 것처럼 부풀려서 소설을 쓰는 기사들이 많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오보인가.

-‘KB금융+우리금융+산은금융’이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는 등 KB금융의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들이 그렇다. 앞서 내정 직후 기자들과 얘기하면서 “세계 50위권 은행이 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지주사 회장으로서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는 다른 금융사를 살 수 있는 자본이 있는지, 다음으로 그것이 그 지주사의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되는지, 마지막으로 규모가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만큼 커지는지 등이다. 이런 우선순위로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KB금융 경영 합리화, 그 다음이 인수·합병(M&A), 마지막으로 사업 다각화”라고 했다. 이 내용들은 내 임기 3년 동안 다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내 임기 동안 이런 일들이 이뤄지도록 기초만 다져놓고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론이 너무 앞서나가는 감이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인수위원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 수많은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그런데 민간 금융기관인 KB금융 회장 자리로 가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의지대로 움직인 게 아니다. 총리후보부터 시작해서 장관 등으로 내려왔는데, 큰 흐름에 따라 나도 모르게 흘러온 거다. (KB금융 회장직이) 행복한 선택은 아니었다. 용감한 선택이었다. 내 선택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방금 전에도 이름도 모르는 고려대 교우 한 분이 전화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더라.

→지난해 9월 이후 KB지주가 많이 흔들렸다. 지난해 4·4분기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신한금융지주에 뒤지는 등 실적도 부진했다. 조직을 추스를 복안은 무엇인가.

-직원들 사이에 불신과 무력감이 퍼져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조직이 많이 무너져내렸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것이다. 인사를 통해 그걸 보여주면 된다. 내정 직후 ‘변화’를 강조했다. KB금융이 확고한 1등 금융사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확고한 목표의식을 갖고 서로 믿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변화를 위한 ‘체인지 에이전트(Change Agent)’가 되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이다. 그런데 변화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어 후보의 등장으로 금융권 이슈로 다시 부상한 M&A와 관련,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의 친분 등에 대해 관심이 높다.

-내가 아직 내정이 결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삼각관계에 얽힌 것은 아니다. 물론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친하다. 하지만 사적인 것은 사적인 것이고 공적인 것은 공적인 것이다.

→그동안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론’을 역설했는데, 해외에서 롤모델을 찾는다면.

-해외에서 성공하고 있는 많은 금융그룹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스탠다드차타드 금융그룹을 꼽겠다. SC금융그룹은 2001년도만 해도 KB금융과 자산 규모가 비슷했지만 지금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훌륭한 전략을 갖고 적확하게 실행한 결과다. KB금융도 세계 50위 은행인 SC금융그룹(자산 4351억달러·약 522조원)처럼 키우겠다. 열심히 노력하겠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6-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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