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의 24시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의 24시

입력 2010-06-28 00:00
업데이트 2010-06-2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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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리포트 숙독·미팅·세미나·출장… 밤1시까지 외국시장 점검 강행군

남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여전히 불안하다. 다행히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호재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회복했지만 누구도 증시 예측에는 입을 다문다. 하반기에는 코스피지수가 1500~1700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론과 1700~1900에서 오르내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이런 중심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있다. 2000~2005년 언론 등이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힌 구희진(45)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을 만나 센터장들의 숨막히는 하루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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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애널리스트 21년째인 그는 일주일에 100~110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그의 하루는 오전 6시 경제뉴스 채널을 켜면서 시작된다. 출근길에 나서 여의도 회사에 도착하면 7시. 30분간 국내외 일간지와 경제지 6~7개를 훑는다. 7시40분부터 30분간 60여명의 직원들과 모닝미팅을 갖는다.

하루에 2시간 가량은 애널리스트들이 매일 내놓는 리포트를 숙독한다. 일주일에 8번은 각종 협회 간담회, 세미나, 강연 자리에 불려간다. 기관·해외투자자, 기업 사람들과 점심, 저녁을 먹으며 업종 상황을 체크한다. 이후 회사로 돌아와 고독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아침 일찍 발표되는 증권사의 ‘하우스뷰’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퇴근해서도 밤에 장이 서는 외국 시장을 주시하고 새벽 1시쯤 잠이 든다.

일요일은 무조건 회사로 나온다. 토요일은 시장 사람들과 ‘리얼 토크’를 나누기 위해 골프 모임을 반납했다. 센터장 부임 4년째, 여름 휴가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친구들을 편하게 만나는 건 1년에 2~3번뿐이다.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해

증시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은 보고서나 뉴스체크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을 빼놓을 수가 없다. 부산으로 출장을 갈때면 항구에 꼭 들른다.

“항만에 가면 컨테이너박스의 개수를 세어보죠. 물동량으로 교역지표를 파악할 수 있어요.” 호텔이나 백화점, 마트 등도 그에겐 실물경제를 가늠하는 중요한 창구다. “그날 호텔에서 열리는 행사가 몇 개나 되는지, 백화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고 어떤 물건에 주로 손을 내미는지를 보면 경기가 한눈에 들어오죠.”

그는 20년 전 처음으로 기업분석보고서를 쓰면서 애널리스트가 됐다. 칭찬을 들을 줄 알고 내놓았던 보고서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게 기업홍보자료지 분석보고서냐!” 부사장이 불호령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들에 상장이란 ‘자금조달 창구’였을 뿐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다는 개념이 전혀 없었죠.” 투자자들의 협박도 부담스럽다. 15년 전 한 기업에 대해 보수적인 투자 의견을 내자 지방의 투자자가 대뜸 전화를 걸어왔다. “너랑 너희 사장, 가만두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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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도 시장사람들과 ‘리얼 토크’

그는 증시에 관심을 가진 미래의 애널리스트인 대학생들과 자주 만난다. 들려주고픈 얘기는 세 가지다.

“첫째는 지식 기반이 없으면 어떤 상상력도 낼 수 없어요. 스티브 잡스 얘기를 많이 하는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도 지식 기반이 있어야죠.” 두 번째는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라고 주문한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연봉에는 관심 있지만 시장이나 기업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는 안 따집니다. 시장의 역할이 커진다는 게 그 사람의 가치이고 그 뒤에 보상이 오는 거죠.” 세번째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의 경쟁 상대는 바다 건너에 있습니다.”

그는 리서치 자료와 투자가 따로 노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애널리스트의 투자 의견은 장기 관점이지만 개인들은 하루하루 단타로 투자한다.

“리서치가 실제 시장에서의 돈의 흐름을 꿰고 고객별로 맞춤형 재무설계를 해주면서 현장에 녹아들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죠. 그 둘을 합치는 ‘큰 작품’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0-06-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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