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저축銀 ‘자체 휴업’ 자구책 되레 ‘영업정지’

도민저축銀 ‘자체 휴업’ 자구책 되레 ‘영업정지’

입력 2011-02-23 00:00
업데이트 201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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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한밤중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수십 년 거래한 저축은행만 철석같이 믿고 예금인출 사태도 참고 기다렸건만 영업정지라니….”

’부산저축은행발’ 예금인출 사태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도민저축은행이 자구책의 하나로 22일 자체 휴업에 들어갔으나 되레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되자 강원도내 고객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22일 금융위원회는 감독 당국과 사전 협의 없이 자체 휴업에 들어간 도민저축은행의 처리 대책을 위한 임시회의 끝에 6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무엇보다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진 지난 21일 도내 6곳의 저축은행 본.지점을 찾아 찾았다가 대기번호표만 손에 쥔 채 이날 오전 다시 발걸음을 옮겼던 예금주들은 갑작스런 자체 휴업에 이은 영업정지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천만원을 예치한 고객 남모(78.춘천시)씨는 “예금인출 사태 속에서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과 이자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믿고 다른 볼 일을 보러왔는데 자체 휴업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게다가 일방적 휴업에 따른 ‘영업정지’라니, 30년간 거래해왔지만 이런 한심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밝혔다.

이어 그는 “아무리 예금인출 사태가 급박해 유동성 위기가 왔더라도 최소한 고객들에게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해야 했다”며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잃은 만큼 영업정지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지만 당장 예치금을 정상적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자체 휴업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영업 개시 시각인 이날 오전 9시 이전부터 나와 장사진을 친 상당수 고객도 종일 자체 휴업에 거칠게 항의하다 귀가한 뒤 오후 늦게 영업정지 소식을 접한 터라 분노는 극에 달했다.

고객 황모(51.춘천시)씨는 “이른바 ‘뱅크런’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영업정지된 것이라면 그나마 이해하겠지만 이처럼 일방적 휴업에 따른 영업정지는 이해할 수 없다”며 “이제는 원금이라도 제때 온전히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고 당장 들어갈 생활비 등을 찾아 써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고객 김모(58.여)씨도 “나중에 사태가 진정되면 예치금은 되돌려받을 수는 있겠지만 내 돈을 찾고자 대기번호표를 받아들고 아침 일찍 은행을 찾은 서민들의 고통은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는 것 같아 무척 괘씸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해당 금융기관을 믿지 못하고 봇물터지듯 밀려들어 예금인출 사태를 촉발한 예금주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이날 오후 4시께 춘천 운교동 영업점을 찾은 고객 김모(75)씨는 “예금인출과 영업정지 사태는 예금주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음에도 예금주들이 너무도 조급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사태가 심각해졌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도민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예금인출이 생각보다 심각해 자구책의 하나로 자체 휴업을 결정했는데 오히려 위기를 자초한 것 같다”며 “자체 휴업을 통해 일단 유동성 위기를 넘긴 뒤 제한적 예금인출 방안을 강구해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도민저축은행은 지난 21일 하루 동안 모두 188억원이 인출돼 중앙회로부터 받은 긴급자금이 소진되자 이날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로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휴업하기로 했다.

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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