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손익계산’ 분주…유가 급상승시 ‘2011년판 오일쇼크’ 우려도

각국 ‘손익계산’ 분주…유가 급상승시 ‘2011년판 오일쇼크’ 우려도

입력 2011-03-07 00:00
업데이트 2011-03-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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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휩쓸고 있는 ‘재스민 혁명’이 리비아 유혈사태로 기로에 선 가운데 중동 각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중동의 왕정세력이나 1인 장기집권 세력들은 민주화 열풍을 ‘제한된 개혁’으로 응수하면서 권력유지에 골몰하고 있고, 민주화 세력은 ‘열린 개혁’을 추구하며 맞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민주화 요구를 어느 정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경제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 이 지역의 정세불안을 걱정스런 눈길로 보고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은 중동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으로 원유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유가상승으로 인한 오일 쇼크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눈치다.

◇서방, 민주화 확산 평가속 후폭풍 우려 =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 때만해도 미국은 비교적 민주화라는 명분을 더욱 중시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의 시위대에 대한 폭력진압을 비판했고, 이로 인해 민주화 시위대의 힘은 집권자의 축출로 이어졌다.

전망이 다소 엇갈리긴 하지만 민주화 이후 이 지역에서 서방권이 적극 개입하면 서구식 민주주의의 확산을 도모할 수 있는 점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동의 친미정권의 도미노식 붕괴로 인해 미국의 대(對) 중동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내에서 제기됐다.

게다가 아랍 근본주의의 확산 속에 알 카에다와 같은 반미 무장세력의 발호도 걱정거리였다.

결국 미국은 동맹국의 정권교체를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정권의 유지를 지원하면서 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미국 전략의 수정은 바레인과 모로코 등 친미정권이 포진한 국가나 예멘 등을 주로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제정권들이 개혁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이 이들의 정권유지를 지원하고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서방 정부에서는 이른바 ‘중동판 마셜플랜’을 적극 전개해 안정 속 개혁을 서둘러 실현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마셜플랜은 지난 1947년 미국이 서유럽 지원을 위해 내놓은 경제원조 정책으로,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카다피 정권만해도 유럽 각국은 지난 2003년 핵개발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한 리비아가 비교적 서방과 그리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러시아.中, ‘재스민 차단’ 부심 속 외교위상 강화 =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사태 초기부터 비교적 ‘불간섭 원칙’을 견지했다.

이는 중동의 재스민 향기가 자국내로 스며들 경우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불안을 우려한 것이었다.

실제 중국은 이집트 사태 이후 후폭풍을 우려해 중동 소식을 전하면서 사회의 혼란상을 주로 보도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들 국가는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개입 주장이 나왔을 때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냄으로써 외교적 위상을 강화한 ‘작은 성과’도 거뒀다.

중동의 이방인인 이스라엘의 경우 중동질서가 일순간 무너지고 이슬람 급진세력이 발호할 경우 자국의 소외감이 더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막대한 석유 자원과 왕의 높은 인기 등으로 일단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청년 실업률이 높고, 주택부족으로 하층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등 서방권에 대해서도 불만을 피력하며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11판 오일 쇼크 우려 커져 =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경제계의 걱정은 커져만가고 있다.

자칫 리비아에서의 석유생산이 반토막날 경우 국제 유가 상승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최근 회복기미를 보여온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질서가 한번 무너지면 엄청난 심리적 타격이 있는데다 공급시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유시장의 취약성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 경제성장국에서의 원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칫 2011년판 오일 쇼크의 현실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중동 사태가 우려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세계 석유 생산량이 7.5% 가량 줄어든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와 달리 최근 리비아 사태로 인해 석유 생산량 감소는 1%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리비아가 시위 사태 중에도 수출하고 있는 하루 60만배럴이 끊길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들이 생산을 확대하면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까지 시위 사태 등으로 흔들리고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제 유가는 150∼22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시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줄여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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