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 회장 ‘상당한 성장’에 방점”

삼성 “이 회장 ‘상당한 성장’에 방점”

입력 2011-03-11 00:00
업데이트 2011-03-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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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불쾌’ 반응에 “자만 말라”는 등 특유 ‘위기론 어법’ 해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정부 경제정책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청와대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삼성은 이 회장의 독특한 화법이 불러온 오해일 뿐이라며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삼성은 이 회장의 발언에 관해 “낙제는 면했다는 부분보다는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했다고 본다는 쪽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11일 강조했다.

’낙제는 아니다’는 표현은 듣기에 따라 냉정한 비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만족한다’는 경우는 전혀 없다시피 하고 끊임없이 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온 이 회장의 평소 어법을 감안하면 오히려 상당히 고무적인 평가라는 해명이다.

이 회장은 전날 ‘현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몇 점 정도 주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참 어려운 질문”이라고 전제한 뒤 “계속 성장을 해왔으니 낙제점을 주면 안 되겠죠.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해왔으니..”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흡족하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흡족하다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회장의 언급에 대해 청와대 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 듣기 거북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 경제계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그동안 일각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경제를 회복시키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며 “이 회장이 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 텐데 그런 발언을 해 좀 의아스럽고 불편하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언급한 내용의 핵심은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해왔다’는 부분 그대로이고, 이는 잘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흡족하다기보다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한 데 대해서는 이 회장 특유의 어법으로 보는 해석이 삼성 내부에서는 지배적이다.

이 회장이 평상시에도 ‘위기론’ 등을 내세우며 매우 좋은 성과를 냈더라도 임직원들에게 “잘했다”거나 “만족한다”는 등의 칭찬을 거의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만해서는 안 된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더 긴장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 “1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라고 경고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전날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도 ‘이 회장의 스마트 TV에 대한 주문’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항상 만족하는 경우가 없다. 자만하지 말라고 한다”며 “디지털 시대에는 한눈팔면 언제라도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생각이 10년 이상 앞서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기본 철학이 전날 발언에도 녹아 있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물론 그룹 안과 밖에서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내부에서라면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하는 말 자체는 상당히 고무적인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그러면서도 이 회장이 1995년 베이징에서 행정 규제와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 회장 발언이 계속 파문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이익공유제 발언’에 대해서는 전날 이 회장의 언급에 이어 그룹 차원에서도 반대 견해를 재확인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납품하는데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한다. 그렇다면,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이익 일부를 떼어줘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발언이 ‘현금을 나누라는 의미가 아니라 기술 지원을 해주라는 뜻이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40% 이익 가운데 일부를 돈으로 주든지, 기술로 주든지 애플에 요구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동반성장의 기본 취지가 납품 단가 인상, 기술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이익을 높여주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익을 직접 나누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동반성장에 관해 삼성은 어느 기업보다 앞장서 왔고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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