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과육에 달콤한 맛… 흑미수박의 ‘매혹’

단단한 과육에 달콤한 맛… 흑미수박의 ‘매혹’

입력 2011-06-03 00:00
업데이트 2011-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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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흑미수박 출하 작업이 한창인 충남 논산의 노성농산물산지유통센터. 건물 안에 설치된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줄지어 거쳐 가는 흑미수박의 당도가 일정하게 12브릭스(Brix)가 찍혔다. 일반 수박보다 1.5~2Brix가량 높은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이 센터를 통해 출하되는 흑미수박은 모두 16만통.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지만 아직 이 지역에서 출하하는 일반 수박 물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 그러나 최근 뛰어난 상품성이 확인되면서 농심도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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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수박농사만 지었다는 이연용씨가 수확을 앞둔 흑미수박 한 통을 들고 흐뭇해 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20년째 수박농사만 지었다는 이연용씨가 수확을 앞둔 흑미수박 한 통을 들고 흐뭇해 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검은색만 보고 그냥 집으세요. 어떤 걸 골라도 달고 맛있습니다.” 흑미수박의 종자를 개발해 보급시킨 삼성종묘주식회사의 장호석 이사는 수박 잘 고르는 요령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장 이사는 “시중에 외국 종자를 이용한 검은 수박이 있긴 하지만 모두 아류”라며 “맛에 있어서는 토종 씨앗을 사용한 흑미수박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흑미수박은 롯데마트가 3년 전 처음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내놓았다. 당시 물량은 고작 6만통. 그저 컬러수박의 일종이겠거니 했지만 단단한 과육에 아삭아삭한 식감, 월등한 단맛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올해 배추 시세가 높을 것으로 판단한 농가들이 수박을 마다하고 배추를 심으면서 롯데마트는 어렵사리 500여 농가와 계약을 맺고 흑미수박 90만통을 확보했다. 비싼 종자를 대신 구입해 농가에 보급하고 재배 수박은 전량 롯데마트가 사들이는 조건을 내세워 전년(13만통)보다 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

이를 위해 김석원 과일 상품기획자(MD)는 지난해 가을부터 전국 산지를 누비고 다녔다. 4개월 동안 그가 뛴 거리만 3만㎞. 넉넉한 물량 확보는 가격을 적정선으로 유지하는 관건이다. 요즘 일반 수박값은 예년보다 10~15% 오른 1만 5000원이다. 이에 반해 흑미수박의 가격은 오히려 15% 낮아진 1만 5000원으로 일반 수박값과 비슷해지면서 호감이 높아지고 있다.

5~8월 대형마트의 여름장사는 수박 매출에서 판가름 난다. 롯데마트의 5월 전체 수박 매출은 전년에 비해 30% 늘어났다. 여기에는 35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신장률을 보인 흑미수박의 공이 크다. 김 MD는 “컬러수박은 호기심에 한번 구매했다가 맛을 보고는 다시 찾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흑미수박은 다르다.”고 말했다.

20년째 논산에서 수박농사만 지어온 이연용(58)씨는 “지난해 처음 (흑미수박을) 재배해 봤는데 수입이 10~15% 늘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비닐하우스 9개동을 모두 흑미수박으로 채웠다. 올해는 흑미수박의 몸값이 더 뛰어 기대가 크다. 흑미수박은 8㎏짜리 출고가가 지난해보다 20% 정도 오른 1만 3000원대. 후텁지근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여물어가는 수박을 내려다보는 구릿빛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논산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1-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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