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전문가 진단

미국 신용등급 강등 전문가 진단

입력 2011-08-06 00:00
업데이트 2011-08-0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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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신음하던 세계 경제가 S&P의 결정으로 다시 충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세계 경제와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악재임은 분명하지만 이미 경고됐던 상황이고 경기둔화 등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디폴트 사태 없이 신용등급 강등 자체만으로는 충격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한 번도 없던 일이어서 이번 사태에 적절한 모범답안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자산을 운용할지 모범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 때문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모든 나라 모든 자산의 기본 자산인 미국 국채 등급을 강등했다는 것은 모든 운용사의 모범답안이 바뀐다는 것이다.

2002년 일본 신용등급 강등 당시에도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고 환율은 절상되고 일본 증시는 15% 하락했다. 미국도 채권 쪽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가 강세로 갈수가 있다.

미국정부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당장 이자 지불액이 커져 그만큼 부담이 늘어났다. 국제 금융시장은 중국에 대한 기대도가 굉장히 높아진다. 유럽도 위기감을 느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대할 수 있다.

이번 신용 강등으로 주식시장에 한번은 더 충격이 있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자금이 신흥국으로 오는 것은 확실한데, 단기적으로 출렁거릴 때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

S&P가 지난달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강등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이 선반영한 부분이 있어서 파급력은 아주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등급 강등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도 안전자산 선호로 미국 국채금리가 많이 떨어졌다. 앞으로 금리가 다소 오를 수 있지만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고용지표는 양호하게 나왔다. 더블딥 근원지는 미국보다 유럽이 아닌가 한다. 연초대비 주가 수준을 보면 드러난다. 미국은 연초보다 2% 정도 빠졌지만,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5개국(PIIGS)은 20% 이상 빠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급등한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위원

AA- 이상 등급이면 위험가중치가 같다. 한 등급 떨어진 게 미국 국채의 담보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지난주에 코스피가 10% 급락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 강등의 우려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 시장의 하락이 경기둔화 우려라고 보기에는 과도한 수준이었다.

2008년도 금융위기 때는 100이었던 담보가치가 제로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100이었는데 99나 98로 떨어지는 정도다. 상업은행들이 현금 비중을 늘리면서 자금시장에 교란이 발생할 수있으나 이런 우려가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 신용등급 강등이 단기적으로 매도를 촉발하는 트리거(방아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증시 평가가치가 8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져서 아시아나 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는 환경이다. 지난주 코스피가 급락한 것은 선물 옵션시장이 발달된 한국이 현금화하기가 좋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추가 하락 위험은 크지 않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S&P가 시간을 두고 낮출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중요한 트리거가 발생한 것 같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AAA와 AA+는 딜러들이 봤을 때 위험 가중치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의 AAA는 ‘슈퍼AAA’였다. 미 국채가 완벽한 안전자산이었다는 뜻이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도 한때는 AAA였다. 미국 국채가 완벽한 안전자산으로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

유럽 상황이 개선되거나 중국이 더 커지면 시간을 두고 그쪽으로 자금을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 불안요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에 금을 사들인 것처럼 자산을 다변화할 수 있다. 미국 자금조달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장은 미국 국채를 대신할 만한 자산이 없다. 그래서 시장이 일단은 신용평가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부장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국채 수요가 위축되면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신뢰성이 악화돼 통화질서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증시의 관건은 신용등급 강등보다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다.

이 점에서 S&P 신용등급 강등에 앞서 2가지 호재가 있었던 점에 주목한다. 하나는 미국 고용지표가 호전돼 더블딥 가능성을 축소시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시사함으로써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을 낮춘 것이다.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는 다음 주 증시에서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다시 나타내면 S&P가 제기했던 미국 경제의 문제들도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

미국 신용등급이 최고등급에서 사상 처음으로 떨어졌는데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경고됐던 상황이고, 신용등급이 강등됐다고 다른 나라가 미국 국채를 다 팔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

신용등급 강등은 당장 충격이 크겠지만 그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충격에 대한 조정과정을 거치고 나면 근본적인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것은 신흥국 금융자산의 매력이 올라간다는 말도 된다. 위기국면이 되면 외국인이 안전자산을 선호해 신흥국 금융자산을 줄이는 측면도 있어 양면적이다.

당장은 패닉상태지만 2008년에 비해서는 외환보유액도 많아졌고 여러 대응 조치도 마련됐으니 외부적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겠지만 당시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

미국신용등급 강등은 투자심리에 분명히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대외의존도가 상당히 높고 이미투자심리도 상당히 악화돼 있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충격을 좀 더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내주 월요일 블랙먼데이는 아니더라도 충격이 올 것이다.

한국의 기준금리 결정 등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동안 물가불안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이제는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국제공조를 만들어내면서 최악의 상황을 막을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위안화 절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

S&P가 엄포를 놓는다고 생각했지 실제로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라고 시장이 예견하지 않았다. 하향조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미국의 대외신인도 자체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안전자산 선호를 더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이나 신흥시장에서의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인 자금 유출이 진정이 되면 미국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부각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달러를 보유할 메리트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은 출렁거릴 것이다. 경제심리가 위축이 되고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환율 하락에도 수출 호조세를 보이며 버텨왔는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수출 둔화가 국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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