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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엔高… 장기화로 가나

꺾이지 않는 엔高… 장기화로 가나

입력 2011-11-01 00:00
업데이트 2011-11-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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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한때 75.32 사상최고… 日 또 외환시장 개입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연일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엔화값을 끌어내리기 위해 31일 올 들어 세 번째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 개입을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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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미 재무상은 회견에서 최근의 엔화 환율은 “우리나라(일본)의 실물 경제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해가 될 때까지(이해할 만한 수준의 환율이 될 때까지) 개입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오세아니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75.32엔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엔화 가치는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79.20엔으로 마감했다.

앞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8일과 8월 4일에도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3월에는 2조 5000억엔(약 35조원)을 풀었고, 8월에는 4조 5000억엔(약 63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개입 당시 엔화는 일시적으로 달러당 85엔대까지 조정됐지만 곧바로 80엔선에 근접했고, 8월 개입 때도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 재무성의 시장 개입이 엔고를 잠시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추세를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1일부터 다섯 차례나 잇달아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추세를 감안할 때 엔·달러 환율이 70엔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할 때 엔고 현상이 구조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모두 경기침체와 재정긴축이라는 상반된 덫에 빠진 반면 일본에서는 대지진 이후의 부흥수요와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경기가 상승기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에 발목을 잡힌 신흥국 경기마저 흔들리기 시작해 지금껏 신흥국으로 몰렸던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시장 불안 때문에 글로벌 외환거래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소한 변수에도 엔화 가치가 폭등하며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엔고가 지속되자 일본에선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은 해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고, 수입물가와 해외여행 경비는 저렴해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체결한 해외 M&A 거래는 3조엔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늘어난 규모다. 거래 건수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한 236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중소기업까지 집단으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어 산업 공동화 현상에 따른 고용 감소와 실업률 증가 등이 우려된다. 내각부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해외 생산 비중이 2000년 매출액의 15.9%에서 2010년에는 25.1%로 크게 올랐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이런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1-11-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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