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 방송계 “중소PP 고사 위기”

[한미FTA 비준] 방송계 “중소PP 고사 위기”

입력 2011-11-22 00:00
업데이트 2011-11-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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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은 비교적 영향 덜 받을 듯

이정내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방송통신 시장은 본격적인 한미FTA 영향권에 휩싸이게 됐다.

방송과 통신 시장을 나눠놓고 볼 때 한미FTA는 통신시장보다는 방송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송 중에서도 중소 채널사용사업자(PP)와 독립제작사 등이 한미FTA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미FTA 비준은 PP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현행대로 49%까지 제한했지만, 국내 법인을 통한 간접투자의 경우 보도채널과 종합편성, 홈쇼핑을 제외한 모든 PP에 100%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최대주주이거나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 이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외국인 의제)해 직접투자와 마찬가지로 국내 PP에 대한 지분투자를 49%로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간접투자에 적용되던 ‘외국인 의제’ 조항은 한미FTA 발효 후 3년 이내에 관련법을 개정해 적용을 면제해야 한다.

비록 3년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미국의 대형 방송사업자들이 국내 법인을 통해 간접 투자형식으로 얼마든지 국내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자체 제작 비중이 크지 않은 일반 중소 PP들이 월트디즈니나 타임워너 등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들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박승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지원팀장은 “해외 PP가 직접 국내에 들어오면 미국 프로그램의 수입가가 높아지고 심지어는 프로그램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청자들의 눈이 해외 프로그램에 맞춰지면 PP들이 해외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는 것만 만들게 되고 그러다보면 우리 색깔이 없는 방송이 나오게 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미FTA에 따라 케이블TV방송국(SO), PP, 위성방송 등 비지상파의 국내물 편성비율이 다소 완화된 것 역시 아직 영세성을 벗지 못한 국내 독립제작사의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비지상파의 국내물 편성쿼터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35%, 영화는 25% 수준이나 한미FTA가 발효되면 각각 30%, 20%로 낮아진다.

반대로 수입물의 편성쿼터는 크게 상향된다.

현재는 수입물 중 1개국의 편성쿼터를 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의 경우 수입물 총량의 60%로 제한했지만 앞으로 80%로 완화된다.

국내 제작 프로그램의 설 자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내 PP 및 독립제작사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디지털방송콘텐츠제작센터 건립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방송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방송관련 콘텐츠 진흥 정책은 직접 제작 투자보다는 기반 시설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는 그런대로 자체제작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지금 식이라면 개별 PP는 해외 사업자들에 밀려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 제작 지원도 PP가 일정 부분 펀딩을 해야 지원이 가능한 매칭펀드 방식이 대부분인데 독립 PP 입장에서는 펀딩이 힘들어 자체제작을 포기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시장에 비해 통신시장은 한미FTA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현행 국내법과 동일하게 49%로 제한했다.

간접투자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최대주주이고 15% 이상 지분을 소유한 국내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외국인 의제’ 조항을 FTA 발효 2년 후부터 면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유선과 무선 통신시장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은 이 같은 간접투자 완화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그 외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 ‘공익성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한해 간접투자 확대를 허용함으로써 경영권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업체들은 “한미FTA가 발효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현재 49%인 외국인 지분한도가 거의 차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더 이상 투자할 여유가 없다.

KT 관계자는 “국내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서비스 품질도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외국 업체가 진출해 사업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외국인이 기간통신사업자에 투자할 때 공익성 심사를 받도록 하고, 외국인 직접투자 지분을 49% 이내로 제한하는 등 통신 주권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 경영권 위협 등의 문제가 가시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국내 법인을 통해 간접투자를 확대하더라도 국내 통신시장 규모가 커지고, 시장경쟁 수준이 높아지는 등 오히려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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