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현장을 가다] (중) 핀란드 모바일 게임SW社 로비오 엔터테인먼트

[동반성장 현장을 가다] (중) 핀란드 모바일 게임SW社 로비오 엔터테인먼트

입력 2011-12-12 00:00
업데이트 2011-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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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相生협력… ‘앵그리 버드’ 게임신화 만들다

‘화가 잔뜩 난 뾰로통한 표정의 빨간색 작은 새 캐릭터로 세계 모바일 게임 석권, 모바일용 게임시장 연간 다운로드 횟수 4억회, 관련 시장에서 1위.’ 앵그리 버드(Angry Bird)라는 모바일용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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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공공 벤처 지원 기관인 핀베라 등의 지원을 받아 상업화에 성공한 HLD사의 근·관절 치료기를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의료기기들은 핀란드 국립과학기술연구원(VTT) 기술진이 개발에 참여했고, 공공기금이 자금을 대는 등 산·학·연이 함께 개발해 상업화했다.
핀란드 공공 벤처 지원 기관인 핀베라 등의 지원을 받아 상업화에 성공한 HLD사의 근·관절 치료기를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의료기기들은 핀란드 국립과학기술연구원(VTT) 기술진이 개발에 참여했고, 공공기금이 자금을 대는 등 산·학·연이 함께 개발해 상업화했다.


헬싱키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0여분쯤 차로 달리면 발틱 해를 끼고 있는 전원풍의 에스푸 케이라란타에 위치한 테크노파크가 나온다. 길 하나 사이로 명문 알토대학 오타니에미 캠퍼스가 보이는 이곳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핀란드 소프트웨어 산업을 상징하는 로비오사가 있다.

2003년 창업한 로비오 모바일의 성장사는 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핀란드의 공생 패러다임을 잘 보여 주는 예다. 각종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왔지만 아이폰이 나오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게임이 성공하기까지 거의 연전연패. 성공의 뒤에는 노키아의 멀리 보는 협력과 공공 기술혁신기금 테케스(tekes)의 초기 지원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들은 남보다 앞서서 모바일용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던 로비오사에 주목했다. 경영 수익은 시원치 않았지만 모바일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모든 것을 건 대담한 로비오의 도전정신을 높게 산 덕택이었다.

로비오의 빌리 헤이자리 부사장은 “당시 노키아와 테케스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전략적 협력관계와 공공기금의 지원이 초기 시행착오와 시장의 냉담을 극복하면서 회사가 뿌리 내릴 수 있게 했다. 노키아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각종 게임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던 로비오가 2007~2008년 잇단 사업 실패로 휘청거리고, 직원이 12명으로까지 줄며 위험한 상황을 겪을 때에도 관계를 끊지 않았다. 테케스로부터 200만 유로(약 31억원)를 받은 로비오는 노키아의 지원 금액 액수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헤이자리 부사장은 “노키아로부터도 클라이언트 프로젝트 등 연구개발비를 받아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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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오사의 한 관계자가 앵그리 버드(왼쪽 두 번째 인형) 등 모바일 게임에 나오는 여러 동물 캐릭터의 인형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있다. 게임 앵그리 버드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로비오사의 에스푸 본사 사무실은 완구점과 어린이 놀이터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천장과 벽도 각종 캐릭터들로 가득했다.
로비오사의 한 관계자가 앵그리 버드(왼쪽 두 번째 인형) 등 모바일 게임에 나오는 여러 동물 캐릭터의 인형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있다. 게임 앵그리 버드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로비오사의 에스푸 본사 사무실은 완구점과 어린이 놀이터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천장과 벽도 각종 캐릭터들로 가득했다.
●글로벌 인력 마케팅 성공 이끌어

새로운 게임의 개발만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국제적인 마케팅의 성공도 앵그리버드와 로비오 사를 가능하게 했다. 회사내 직원 4분의1가량이 인도·중국인과 외국 국적으로 국제화돼 있는 조건도 새 시장 개척에 용이했다. 우리의 뛰어난 캐릭터들과 상징물들이 한국 땅에서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폭발적인 수요를 마케팅과 캐릭터 보급으로 연결시켜 전 세계 시장으로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폰용 게임 말고도 70달러 안팎의 전통적인 피처폰에 들어갈 게임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및 남미 등 신흥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다. 노키아가 애플에 일격을 당했지만 전통 피처폰에서는 여전히 최강자인 탓에 협력기업인 로비오가 도우며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서로 어려울때 돕는 공생 관계가 돋보였다.

알토대 김장룡 교수는 “대기업이 상하관계의 우월한 위치가 아닌 분업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키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핀란드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한 알의 씨앗이 들판을 덮는 곡식으로 보답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캐릭터·만화영화 시장도 ‘노크’

앵그리버드로 반전에 성공한 로비오는 지금 ‘핀란드의 디즈니’를 꿈꾸고 있다. 시니 마티카이넨 대외협력담당은 “지난 6월 애니메이션용 스튜디오를 구입하는 등 캐릭터 시장과 만화 영화시장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은 물론 각종 애니메이션 제작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무최고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창업자 니클라스 헤드는 32세이고, 그의 사촌인 최고경영자(CEO)는 34세. 직원들이 20대와 30대 초반인 젊음도 로비오의 지속적인 도전을 가능케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학력이나 인종, 국적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헤이자리 부사장은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힘은 학력과 무관했다.”면서 “로비오사에도 적지 않은 고졸 직원들이 대졸자나 그 이상의 고학력자들보다도 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 사진 헬싱키 이석우편집위원

jun88@seoul.co.kr

2011-12-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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