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굶겨 죽이는 농가] 1998년 한우파동 재연 막으려면…

[소 굶겨 죽이는 농가] 1998년 한우파동 재연 막으려면…

입력 2012-01-05 00:00
수정 2012-01-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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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 마릿수 예측·조절 실패… 유통과정 거품 빼 소비 늘려야

정부의 소값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값 폭락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사육 마릿수가 305만 마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등한 사료값 때문에 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농민들의 송아지 투매가 소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정부는 소비 촉진과 사육 마릿수 조절에 나섰지만 앞으로도 1~2년간 사육 마릿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유통구조의 거품을 걷어내 소고기값을 낮춰 소비를 더욱 늘리는 것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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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소를 어쩌나…
가족 같은 소를 어쩌나… 경기 남양주시의 한 축사에서 소 주인이 4일 육우 수송아지가 1만원에 팔릴 정도로 떨어진 소 가격을 걱정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남양주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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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산지에서 소 한 마리(수소, 600㎏ 기준)는 47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09년 610만원에 비해 22.3% 떨어진 가격이다. 소는 임신과 사육 기간 등이 있어 값이 오르면 사육 마릿수가 1~2년 뒤에 늘어나는 순환 주기가 발생해 상황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2009년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산 소고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소값이 올랐고 사육 마릿수가 늘어났다. 10마리 미만을 키우는 고령 농가가 많아 시장 예측에 실패한 측면도 있다.

결국 지난해 11월 송아지생산안정제가 2008년 이후 3년 만에 발동됐다. 생산안정제는 송아지 한 마리가 정부가 정한 기준가격(165만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입한 농민을 대상으로 차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1998년 외환 위기 때 도입됐다.

올해 사료값은 1년 동안 17% 뛰었다. 사료비는 전체 생산비의 40%가량을 차지한다. 농민들은 사료를 먹이면 먹일수록 손해를 보게 되자 송아지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생산안정제를 손보기로 했다. 현재는 사육 마릿수에 관계없이 송아지값이 하락하면 차액을 지급하지만 앞으로는 적정 가임 암소 수를 90만~100만 마리로 설정하고 사육 마릿수가 110만 마리를 넘어설 경우 보전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사육 마릿수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도축량이 늘고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으로 수입량도 늘어나면서 낮은 소값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격은 별반 움직임이 없다. 유통과정에 거품이 있다는 이야기다. 한우는 다른 축산물에 비해 값이 비싸 소비량을 급격히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 고품질 소를 생산하는 축산농가는 등급이 높을수록 많은 소득이 발생하고 있다. 소 등급이 1++등급일 경우 한 마리당 139만 5000원의 이득이 발생하는 반면 1등급은 소득이 13만원에 그치고 2등급은 오히려 100만원에 가까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통구조의 투명화와 한우 고급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농식품부는 축사시설 현대화를 위해 올해 203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지난해보다 76.8% 늘어난 규모다. 이와 함께 소고기 이력 추적제 확대, 브랜드경영체 종합 지원 등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노경상 축산경제연구원장은 “쌀과 김치와 한우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농촌 경제의 근본”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군과 학교급식 등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과 함께 중장기적인 수급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안정제와 암소도태제도는 소의 생식과 비육 정도에 따라 최소한 1~2년이 지난 뒤 효과가 나오는 정책”이라면서 “시장 상황이 왜곡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경하·홍희경기자 lark3@seoul.co.kr

2012-01-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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