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르는 中企… 대기업 쏠림 심화

돈줄 마르는 中企… 대기업 쏠림 심화

입력 2012-02-09 00:00
수정 2012-02-0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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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대출비중 2007년 이후 최저… 1월 가계대출 감소폭 ‘사상 최대’

한국은행이 지난 연말 은행들을 대상으로 새해 1분기 대출태도지수를 조사했다. 대기업 지수는 전 분기 3에서 6으로 오른 반면, 중소기업 지수는 9에서 0으로 떨어졌다. 이 결과를 본 중소기업 사장들은 속이 타들어 갔다. 지수가 떨어질수록 대출 문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은이 8일 내놓은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1월보다 6조 8000억원 늘었다. 반면 중기 대출은 같은 기간 1조 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현기 한은 통화금융팀 차장은 “설 상여금 지급 등에 따른 자금 수요,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확보 등으로 대기업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풀이했다.

연초에 자금 수요가 많기는 중기도 마찬가지다. 부가가치세 납부 부담까지 있다. 통상 1월에 기업 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1월만 해도 중기 대출은 전년 동월 대비 3조 8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12월 31일이 휴일이었던 탓에 외상매출채권 등이 올해 1월 2일 결제되면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탓도 있지만 은행들이 근본적으로 중기의 돈줄을 옥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행권의 전체 기업 대출에서 중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78.7%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 1월 말(88.8%)과 비교하면 무려 10% 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대기업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11.2%에서 21.3%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기 대출 비중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7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금리 차별도 심해졌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2009년까지만 해도 대기업(5.61%), 중기(5.65%) 간 별 차이가 없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0.57% 포인트(대기업 5.42%, 중기 5.99%)까지 벌어졌다.

은행들은 “유럽 재정 위기 등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리스크(위험) 관리 강화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비판했듯 ‘전당포 대출’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편 은행의 1월 가계대출은 2조 8000억원 줄어 한은이 관련 집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혜택이 지난해 말 끝나면서 대출 수요가 미리 몰렸던 요인 등이 커 추세적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12-02-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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