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에 한도 초과 대출 많아 부실 도화선
금융감독원이 제2금융권의 부동산담보대출 실태 조사에 나선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하면 제2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제2금융권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은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되거나 담보가치가 떨어진 자산이 많다. 더욱이 ‘이면계약’ 등 편법으로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넘긴 대출도 적잖을 것으로 의심된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211조원 규모의 2금융권 부동산담보대출에 심각한 위험 징후가 포착되면 해법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집값 하락으로 LTV를 초과한 은행 채무를 신용대출이나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는 대책을 이미 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하락 속 2금융권 ‘흔들’
금감원은 제2금융권의 부동산담보대출 실태 파악에 들어간다.
제2금융권에 속하는 금융회사들의 부동산담보대출은 저축은행 20조3천억원, 상호금융 160조1천억원, 캐피털 1조1천억원, 보험사 29조5천억원 등 총 211조원에 달한다.
우선 조사 대상은 전체 부동산담보대출의 39%에 해당하는 82조2천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이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주택 매매가격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1월 6.5%에서 2월 5.9%, 3월 5.0%, 4월 4.3%, 5월 3.6%, 6월 3.0%, 7월 2.5%로 올해 들어 꾸준히 둔화했다.
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월 97.1로 전년보다 2.7% 떨어졌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월 -0.8%, 2월 -1.2%, 3월 -1.6%, 4월 -2.0%, 5월 -2.2%, 6월 -2.4% 등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LTV 한도 초과대출은 급증한다. 집값이 더 내려가면 은행보다 관리가 허술한 2금융권에서 부실이 먼저 터질 개연성이 높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대출자를 유인한 사례가 제2금융권에서 많았다. 집값이 하락하면 은행도 위험하지만 LTV가 높고 후순위대출을 취급한 2금융이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제2금융권은 은행에서 거부된 대출자들이 많아 위험이 큰 곳”이라며 2금융권의 부동산담보대출 전반을 살펴보는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LTV가 오르면 제2금융권에서 먼저 회수에 나설 것이다. 대출자 신용등급이 낮고 연체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제2금융권 연체율은 상호금융이 3%대, 보험이 0.75%다. 저축은행과 할부금융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제2금융권 연체율이 은행보다 높은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 2금융권 부동산담보대출 위험 징후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후순위대출, 이면담보계약 등 여러 뇌관을 품고 있다.
후순위대출이란 은행이 LTV 한도인 50%까지 먼저 대출해주면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LTV가 65∼70%로 더 높은 제2금융권 금융회사가 나머지 15∼20%를 추가대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이 내려가 대출액이 LTV 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후순위로 들어간 제2금융권은 채무 회수가 어려워져 은행보다 먼저 부실화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제2금융권에서 LTV 한도를 넘겨 대출하려고 신용대출의 형태를 빌리는 이면담보계약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LTV 한도가 70%인 제2금융권에서 80%까지 대출을 해주겠다고 고객을 유인하고서 서류상으로는 70%는 주택담보대출, 나머지 10%는 신용대출로 하는 식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서 이면담보계약이 종종 적발됐다. 근저당 범위에서 LTV 한도에 맞춰 대출해놓고 신용대출로 더 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호황기에 은행에서 LTV 50%를 받아도 제2금융에서 2순위로 20%를 받고 신용대출로 10%를 더 받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주택경기가 침체해 다중채무자 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상가나 토지 등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은 ‘고위험 고수익’ 방식이라 부동산 경기에 더욱 민감하다.
은행과 부동산에 대한 담보평가가 허술하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금융 단위조합은 2∼3명이 업무를 맡고 있어 제대로 담보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은행은 정기적으로 담보평가를 하고 담보부족분을 보강하는 데 제2금융권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2금융권은 지점 수가 많고 은행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못해 조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지점이 2천여개에 달해 자료 수집이 쉽지 않다. 중앙회를 통해 자료를 받지만 믿을만한 정보인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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