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자, 스위스계좌에 1003억 묻어뒀다

국내 부자, 스위스계좌에 1003억 묻어뒀다

입력 2012-08-29 00:00
수정 201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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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초과 해외금융 계좌 302명 2조 1000억원

개인들이 올해 국세청에 신고한 스위스 비밀계좌 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해외 금융기관에 10억원이 넘는 주식이나 현금을 보유한 알부자들은 서울 강남·서초구에 많았다. 재벌총수가 많이 살던 서울 용산구가 1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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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6월 말 현재 10억원을 초과한 해외금융계좌가 302명 1059계좌로 파악됐다고 28일 밝혔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 1000억원어치다. 이는 국세청이 개인을 대상으로 자진 신고를 받아 파악한 결과다. 지난해에 비해 인원(211명)은 43.1%, 금액(9700억원)은 115% 늘었다. 금액이 두 배 이상 급증한 대목이 눈에 띈다.

국세청 측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지도 높은 유명인사가 거액을 신고해 금액이 크게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납세자 비밀보호’를 이유로 유명인사의 신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1인당 신고금액은 69억원으로 전년(46억원)보다 50% 늘었다.

개인의 스위스계좌 신고금액도 지난해 73억원에서 올해 1003억원으로 14배 가까이 늘어났다. 스위스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은 한 자릿수라고 국세청은 귀띔했다. 1인당 100억~2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승희 국제조세관리관은 “개정된 한국·스위스 조세조약이 지난 7월 25일 발효돼 (세무당국의) 조세정보 접근이 가능해졌다.”면서 “이를 우려한 고액 계좌 보유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진 신고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무서별로 보면 반포세무서에 3457억원의 신고가 들어와 금액별 1위를 차지했다. 서초구 방배동과 반포동, 잠원동을 맡은 반포세무서는 지난해 신고액이 845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4배나 급증했다. 최근 연예인 부자들이 부쩍 많이 몰린 지역이기도 하다.

2위는 강남구 삼성·대치·개포·일원동을 관할하는 삼성세무서(2374억원), 3위는 재벌 총수들이 몰려 사는 한남동과 이촌동을 담당하는 용산세무서(2129억원)가 각각 차지했다. 용산세무서는 지난해 1위에서 두 단계나 밀려났다.

개인들이 계좌가 있다고 신고한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4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홍콩(36명), 일본(34명) 순서였다. 금액으로는 일본(9188억원)이 1위이고 미국(5680억원)이 2위를 차지했다.

법인 기준으로는 아랍에미리트연합(87개), 중국(82개), 미국(73개), 일본(70개) 등의 순서였다. 금액으로는 일본(5조 2234억원)이 역시 1위였다. 국세청 측은 “최근 일본 상장법인의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과 법인이 늘었다.”고 ‘일본 강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금 유형별로 보면 계좌 수는 예·적금이 94.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식은 2.8%에 그쳤다. 금액 기준으로는 주식이 49.4%, 예·적금이 48.9%씩 차지했다.

법인으로는 350개 법인이 4890개 계좌에 16조 5000억원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지난해보다 신고법인 수(314개)는 11.5%, 신고금액(10조 5000억원)은 57% 늘어났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2012-08-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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