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갑상선암 분쟁’에 오락가락 판정

금감원, ‘갑상선암 분쟁’에 오락가락 판정

입력 2013-01-08 00:00
수정 2013-01-0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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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침 검사 암판정 시점 보험금 규모에 큰 역할하는데 사례마다 고무줄 판정” 원성

지난해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이모(32·여)씨는 보험금 지급을 두고 프루덴셜생명과 얼굴을 붉혔다. 암 진단 확정시점을 놓고 서로 주장이 팽팽히 맞서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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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2011년 10월 비교적 간단한 침술 검사(‘미세침 흡인’)로 갑상선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이듬해 1월 조직검사를 통해 암 확정 판정을 받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래도 암 보험을 들어둔 게 생각 나 병원비 걱정은 덜겠다 싶었다.

그런데 프루덴셜 측은 보험에 가입한 지 5년이 안 됐기 때문에 보험금의 절반인 1000만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이씨는 보험에 든 게 2006년 말이고 암 확진을 받은 게 2012년 1월인데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만 보험사 측은 미세침 검사도 갑상선 암 진단에 흔히 쓰이는 만큼 이때를 암 판정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미세침 검사는 어디까지나 ‘임상적 추정’에 불과한 만큼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시점을 암 판정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이씨는 한국소비자원을 찾았다.

최근 갑상선암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분쟁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문제는 똑같은 사안을 두고 금융 당국이 오락가락하는 판정을 내리고 있다는 데 있다.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나 소비자들의 혼선 가중은 물론 법리적으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의 이씨 사례에서 소비자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미세침 검사보단 확진 검사로 조직세포 검사가 앞선다’며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판결(제2011-39호)과 보험업계의 관례를 들어서였다.

하지만 보험사는 미세침 검사를 암 확정 시점으로 인정해 보험금을 절반만 지급해도 된다는 과거 금감원의 판례(제2010-55호)를 들어 이에 맞섰다.

이씨는 “암 확정 시점에 따라 거액의 보험금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금감원이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도 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박사는 “보험약관에 보면 ‘미세침 검사도 보험금 지급 기준이 된다’고 돼 있지만 그렇다고 미세침 검사가 조직검사보다 앞선다는 내용은 없다”면서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이 임상 추정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최근 갑상선암이 늘자 일부 보험사들이 약관 조항을 교묘히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보험금을 덜 주려 하고 있는데 소비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금융 당국이 동일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잣대를 들이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미세침 검사라 하더라도 담당 의사들의 소견과 분쟁조정 전문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암 확정 진단으로 볼 수 있다”면서 “‘2010-55호’ 사례는 확진 판결인 만큼 동일 사례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07년 수원지방법원은 “미세침 검사는 암이 아닌데 암으로 오진할 확률이 약 1~6%, 암인데 암이 아닌 것으로 오진할 확률이 1~10%에 이른다”며 확정 검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2007가단 26543’)했다.

보험사가 항소를 제기했지만 이듬해 대법원은 “1심 판결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심리불속행)며 기각했다(‘2008다 67675’). 보험분쟁 전문인 박기억 변호사는 “미세침 검사를 확정 검사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는 모든 분쟁 조정 기준에 앞선다”고 잘라 말했다. 금감원의 분쟁 잣대도 여기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1-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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