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출발 국민행복기금] <상> 끊이지 않는 논란

[불안한 출발 국민행복기금] <상> 끊이지 않는 논란

입력 2013-03-29 00:00
수정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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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빚잔치” “10년 노예계약”

박근혜 대통령의 야심작인 국민행복기금이 29일 출범한다. 332만명이라던 수혜자는 10분의1인 33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은행의 부실채권을 대거 털어줘 ‘은행행복기금’이라는 냉소도 나온다. 불안하게 출발하는 국민행복기금의 문제점과 방향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국민행복기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실히 빚을 갚은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나도 한번 (빚을 갚지 않고) 버텨보자”는 탓에 올라가는 연체율, “왜 우리는 구제해주지 않느냐”는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울분 등 쟁점도 다양하다.

가장 큰 비판은 성실 채무자를 갈등하게 만들어 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새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빚잔치라는 목소리다. ‘빚 탕감의 행운’을 잡은 소수만 행복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작 ‘큰 수혜’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행복기금보다 되레 법원의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년 노예계약’에 불과하다는 극단적 폄하까지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말 그대로 상환 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국민행복기금이 최대 70%까지 빚을 탕감해 준다고 하지만 이보다는 차라리 파산하고 손을 터는 게 (채무자 입장에서는) 더 낫다”고 말했다. 예컨대 1000만원의 빚을 진 기초수급자가 70% 감면율을 적용받아 300만원을 분할 상환하게 됐다고 쳐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은 나머지 30%를 갚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법원의 파산 절차는 개인 형편과 상황을 보고 아예 금융사 빚을 없애준다”면서 “회생 절차의 평균 빚 감면율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기초수급자가 아닌 사람도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이익만 놓고 보면 행복기금보다는 법원으로 가는 게 낫다는 사실은 금융위원회도 인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상에 공짜란 없다”면서 “법원 절차를 밟으면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는 등 경제활동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행복기금을 이용하면 이런 ‘낙인’이나 ‘주홍글씨’는 찍히지 않는다는 반박이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떠나 실질효과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채무조정 사례가 있었지만 금융사 참여 저조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져 결국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졌고 2008년 대위기로 지금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면서 “대선 공약과 달리 수혜 대상이 너무 적고 기금 규모도 작아 금융 부실 예방 및 소비진작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0년 상환기간’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행복기금은 7~8년을 성실히 갚았어도 남은 2~3년을 못 버티면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구조다. 전 교수는 “5년 기한인 (법원의) 개인회생 절차도 3년으로 줄이는 법률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10년은 현대판 노비문서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금융위 측은 “장기 상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기간이 길면 쪼개 갚아야 할 빚도 줄어들어 부담이 덜하다”고 맞섰다.

금융사에 회수 이익을 돌려주는 ‘잔여이익 배분’ 문제도 시끄럽다. 금융소비자협회는 “부실대출에 책임이 있는 은행에 오히려 부실채권으로 돈벌이 할 기회를 (정부가) 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 측은 “행복기금의 재원도 따지고 보면 금융사 돈이어서 (금융사도) 고통을 분담하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3-03-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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