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설치 놓고 찬반 논란 ‘후끈’

입국장 면세점 설치 놓고 찬반 논란 ‘후끈’

입력 2013-05-12 00:00
업데이트 2013-05-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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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공사 “국민 80%가 입국장 면세점 원해”기재부·관세청·면세업계…”도입효과 글쎄?”

입국장 면세점 도입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관련 법안은 앞서 16∼18대 국회에서도 3번이나 발의됐으나 모두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오는 14일 서별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문제를 본격 검토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입장별로 찬반이 뜨겁게 갈리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도입을 강력 주장하고 나선 반면 관세청과 기재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면세점 업계 반응 역시 미지근하고, 항공업계는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이 지난달 개최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의 필요성 정책 토론회’에서도 찬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인천공항공사 “국민 80%는 입국장면세점 찬성” = 법안 통과시 최대 수혜자가 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여론이 매우 호의적이라고 주장한다.

인천공항공사가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03년 한국공항공사 홈페이지 방문객 2천427명중 90%, 2004년 네이버 방문객 6천227명의 83%, 2009년 내국인 입국여객 500명중 89%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찬성했다.

공항이 점차 상업·문화 복합공간으로 변하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호주 브리즈번공항 등 63개국 117개 공항이 이미 입국장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여행객이 해외여행지가 아닌 국내 입국장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면 면세점 매출 이익이 국내로 귀속돼 외화유출이 억제될 수도 있다.

국회 기재위는 관세법 일부 개정령안 검토보고서에서 “외산품은 수입 원가를 제외한 50%의 수익이 임금·유통비·세금 등 국내 소득으로 전환되고, 국산품은 수출과 동일한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내국인 해외여행객이 1천4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해외여행이 보편화한 만큼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면 외화유출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기재부는 세수, 관세청은 보안 문제로 “글쎄?” = 문제는 세수효과다.

세계관세기구(WCO)는 조세수입 감소를 우려해 출국자에게만 면세물품을 팔도록 권고하고 있다.

출입국이 잦은 유학생·승무원을 중심으로 출국장 면세점에서 판매한 물품을 국내로 재반입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이러한 조세포탈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해도 외화유출을 억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면세점 판매물품 중 국산품 매출액의 비중은 19.8%에 그친다. 어차피 수입품이어서 이들의 판매가 늘어나면 외화유출만 가속화한다는 얘기다.

보안 문제도 있다.

관세청,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국가정보원, 농림축산식품부 검역소 등은 입국장 면세점이 테러물품이나 마약, 총기류 등 밀수품의 은닉 장소로 활용되거나 우범여행자의 검색과 감시를 곤란하게 해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세관검사가 깐깐해져 입국절차가 지연되고 승객의 불편이 커지면 국제공항의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또 입국장면세점은 면세의 취지를 무색케한다는 지적도 있다.

출국장 면세점의 경우 물건을 외국으로 가져가지만, 입국장 면세점은 구입한 물건을 바로 국내로 들여와 소비하는데 왜 세금을 면제해주어야 하냐는 것이다.

◇면세점업계 “도입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 = 면세점 업계 입장은 오히려 ‘뜨뜻 미지근’하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 같지만 오히려 업계의 중론은 ‘도입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쪽에 가깝다.

가장 큰 이유는 공항 면세점 사업 자체가 수익성이 그리 좋은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공항공사에 내는 높은 임대료 탓이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안 생겨도 큰 아쉬움은 없다”며 “현재 인천공항 출국장 내 면세점들은 입출국객 증가에도 모두 적자”라고 전했다.

이어 “공항공사 배만 불릴 소지가 있다”며 “만약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돼 입점한다 한들 임대료가 비싸 업체 매출엔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면세점 업체는 공항공사에 임대료 명목으로 최소보장액과 판매실적에 따른 영업료(매출액과 영업요율을 곱한 금액) 중 높은 금액으로 낸다.

지난해 10월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 발표에 따르면 면세점 업체들은 매출액의 35% 안팎을 인천공항공사에 최소보장액으로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공공성 보다는 수익성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물론 장점도 있다.

입국장 면세점에 입점한 업체의 경우 제조업체에 ‘바잉파워’가 세져 원가협상이나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면세점 신규사업자나 중소업체에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를 감수할지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회일 수 있다.

◇항공업계 “입국시간 지연 우려”…기내면세점 타격도? = 항공업계는 공항 혼잡과 입출국 절차 지연으로 인한 여행객 불편 가중이라는 논리로 입국장 면세점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도착 항공편 집중 시간대(오후 5∼6시)의 경우 수화물 수취대별로 항공편이 2편 이상 배정돼 혼잡이 극심한데,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이런 불편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입국 절차가 지연되고 혼잡해질수록 인력과 서비스 운영에 드는 항공사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30대 공항 중 70% 이상에 입국장 면세점이 없다”며 “미주나 유럽 등 선진국이 아닌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일부 관광국가에서만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한다는 점을 잘 생각해봐야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항공사가 운영하는 기내면세점 사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기내면세점은 그동안 귀국에 앞서 마지막으로 면세 쇼핑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창구였지만 입국장면세점이 생기면 설 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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