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 사라질까

억울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 사라질까

입력 2013-05-20 00:00
수정 2013-05-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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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요건 강화입원 적정성 최초 심사주기 입원 후 6개월→2개월로 단축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초반 내용을 보면 이혼을 요구하는 며느리를 시어머니가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장면이 나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냥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산 다툼 등 가족 간 갈등과 분쟁으로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앞으로 다른 사람에 의해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돼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호 의무자가 가족 구성원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요건을 크게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일 보호 의무자에 의한 비(非)자발적 입원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법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정신보건법의 이름을 변경해 전면 개정한 이 법안은 정신의료기관 입원 대상자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 있으면서 ‘이와 동시에(and)’ 환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건강이나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강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것.

지금은 입원이 필요한 질환이 있거나 ‘또는(or)’ 환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줄 위험이 있는 등 두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만 해당하면 강제로 환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이 법은 또 강제 입원에 대한 적정성 심사도 강화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입원 후 6개월 후에야 입원이 적정했는지를 최초로 심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입원 후 2개월 안에 입원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했다.

아울러 심사기구의 인적 구성도 다양화해 심사의 객관성을 높였다. 정신건강증진심의위원회를 기존에는 의료인과 법조인 중심으로 구성했지만 앞으로는 정신질환을 직접 경험하고 회복한 사람과 인권 전문가, 정신건강 전문가 등의 비중을 최소 3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1명뿐이다.

2011년 현재 전국에는 총 1천273곳의 정신의료기관(병상수 8만12개)에 6만7천223명의 정신질환자가 입원해있다. 이 중에서 보호 의무자 가족에 의해 입원한 환자는 전체의 69.4%인 4만6천624명이다. 환자가 자의로 입원한 경우는 23.7%인 1만5천931명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환자의 인권보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입원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환자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극소수 정신의료기관의 불법행위를 일반화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입원 요건을 강화하면 긴급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을 오히려 내버려두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간간이 정신질환자가 아닌 정상인인데도 가족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가능하게 한 법의 허점을 악용한 탓이 컸다. 이 조항을 이용해 재산·종교·성격차이 등을 이유로 가족이 가족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등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강제로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가두면 형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분을 받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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