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빚 갚아주기’…성실 채무상환자들 “허탈”

반복되는 ‘빚 갚아주기’…성실 채무상환자들 “허탈”

입력 2013-05-26 00:00
업데이트 2013-05-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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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국민행복기금과 외환위기 연대보증 채무자 신용회복 등 각종 채무조정 사업이 벌어지자 포퓰리즘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채무조정은 몇 년이 지나면 비슷한 사업이 다시 벌어지는 ‘도돌이표’ 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과중한 채무의 굴레를 그대로 씌워두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쪽에서는 ‘안 먹고 안 입으며’ 빚을 쪼개 갚은 사람들의 허탈감도 커지고 있다.

◇한마음금융·희망모아·행복기금…반복된 채무조정

정부가 저신용·저소득 서민층을 위한 대대적인 신용회복과 채무조정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 결과 1998년 말 193만명 수준이었던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는 약 5년 만인 2004년 3월말 현재 392만명에 달하게 됐다.

결국 정부는 이들 가운데 일부가 빚을 갚고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2004년 배드뱅크 프로그램인 한마음금융을 도입했다.

2004년 3월 현재 2개 이상 금융기관에 연체채무가 있는 신용불량자 가운데 6개월 이상·5천만원 미만 연체채무가 있는 사람이 지원 대상이었다.

신청자에게는 대환대출을 통해 신규 대출금을 8년에 걸쳐 장기분할상환하도록 해주고 이자와 원금을 30% 깎아줬다.

이후 18만4천명(2조원)이 대환대출을 신청했다.

한마음금융으로 조정하지 못한 채무를 일괄매입한 것이 2005년 희망모아 사업이다.

한마음금융 대상자 중 대환대출 미신청자의 연체채권을 30여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했다. 올해 3월까지 약 52만명(5조원)이 채무조정 지원을 받았다.

2008년에는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대규모 채무조정에 나섰다.

외환위기 이후 제도권 금융기관의 서민금융 지원이 줄자 대부시장이 크게 성장해 고금리·불법추심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이 크졌기 때문이다.

역시 금융기관과 대부업체에서 연체채권을 사들여 원금 30%를 감면(재산이 없는 경우)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10년동안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3월까지 약 34만명이 지원을 받았다.

◇”성실하게 빚 갚은 저는 어떤 혜택이 있나요”

정부는 올해 6개월 이상·1억원 미만 다중채무자의 채무조정을 돕는 국민행복기금을 출범시켰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연대보증을 섰다가 빚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이들 11만3천830명 가운데 연대보증액이 10억원 이하인 약 10만5천명의 채무도 조정해주기로 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진지 15년이 지나서다.

1997∼2001년 연대보증 채무를 졌다가 갚지 못해 아직 불이익정보가 남아있는 1천104명의 기록도 삭제해 주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한민국 역사상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피해를 본 이들을 구제하려는 것”이라며 “갚을 능력이 안되는 이들에게 빚을 계속 안겨놓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충분히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기금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원금의 70%를 탕감해주도록 했지만 정부가 최근 발표한 IMF 연대보증 채무조정의 경우 사실상 원금 감면의 상한이 없다.

캠코(자산관리공사) 채무조정심의위원회가 높은 수준의 빚 탕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원금을 70% 이상도 깎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보증 채무자 가운데는 사실상 기업의 사주 역할을 했던 이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빚까지 국가가 나서서 갚아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당장 어려운 처지에서도 빚을 성실하게 갚아왔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체채무자들의 허탈감이 적지 않다.

개인회생을 신청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빚을 갚았다는 A씨는 이번 조치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우리같은 사람들도 (채무불이행) 기록을 삭제해서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업을 하다 신용불량자가 돼 10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B씨는 “몇년 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받다 중도탈락한 것이 걸림돌이 돼 행복기금 신청을 하지 못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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