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사들, 대대적 사업구조 개편…경제민주화 영향

재벌사들, 대대적 사업구조 개편…경제민주화 영향

입력 2013-11-10 00:00
수정 2013-11-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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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사업개편하면 일감 규제·과세서 벗어나 GS·대성도 계열사 정리…”기업들 내부거래 낮추는 노력 이어질 것”

국내 재벌사들이 경제민주화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과세가 본격화된 것과 맞물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대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이 지배구조 개선이나 사업효율화 등 다양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보면서도 규제나 과세에서 벗어나려는 유인도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등에 따르면 삼성, GS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흡수합병하거나 영업양도, 매각 작업을 벌이는 등 다양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삼성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중이다.

에버랜드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외식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별도 법인인 삼성웰스토리를 세우고, 건물관리 부문은 에스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부문을 에버랜드에 양도한다는 방침이다.

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지분율 25.1%) 등 총수일가 지분율이 42.3%에 달하고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46.4%)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및 과세 대상으로 꼽혀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상장사 30%)이고 내부거래액이 매출액의 12% 이상(거래액 200억원 이상)인 경우 공정위의 감시 및 규제 대상이 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30%를 넘는 계열사의 지배주주(지분 3% 초과 보유자)에 증여세를 물리는 내용이 골자다. 일감 몰아주기 결과에 과세해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위법 행태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규제와는 차별된다.

에버랜드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외식 및 건물관리 부문을 떼어내고 패션 부문을 인수할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식·건물관리 등 공정거래법상 문제 소지가 많은 내부거래도 발생하지 않게 되므로 에버랜드는 두 규제의 부담에서 한꺼번에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삼성 계열사인 삼성SDS는 삼성SNS를 내달 중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SN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이 45.7%로 높고 내부거래 비율도 55.6%에 달한다.

그러나 삼성SDS로 합병되면 일가 지분이 19.1%로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고 내부거래액도 큰 폭으로 줄게 된다.

GS그룹은 지난달 소속 계열사인 물류·레저업체 승산이 STS로지스틱스와 승산레저를 흡수합병하는 식으로 문제되는 계열사를 정리했다.

STS로지스틱스, 승산레저 모두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공정위의 감시 목록에 오른 기업들이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STS로지스틱스는 GS칼텍스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많이 사왔다.

상위 10위권 바깥의 다른 대기업들도 일감 규제나 과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칠 수 있는 사업구조에 대해서는 개편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성은 지난 9월 계열사인 에스씨지솔루션즈를 통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서울도시산업을 흡수합병했으며, 앞서 태광은 4월 일가 지분율 100%인 계열사 티알엠을 사업분야별로 나눠 다른 계열사가 맡게 했다.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기업들은 인수·합병의 이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대부분 사업효율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규제 회피를 포함한 다양한 목적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 등 대기업의 사업조정이 처음에는 승계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았으나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과세에서 벗어나려는 유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총수일가에게 매년 현금을 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자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거나 영업이익을 낮추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기업 사업구조 개편의 의사결정 과정을 해석할 때 한 가지 요인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세법과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덜 받도록 하는 것은 물론 구조개편에서 오는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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