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내분 IBM 배만 불렸다?

KB금융 내분 IBM 배만 불렸다?

입력 2014-05-23 00:00
수정 2014-05-23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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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 교체 최소 1년 소요… 시간 부족 새 업체 선정 힘들 듯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금융 내분이 결국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후 승자는 IBM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마감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공개입찰에는 SK C&C 한 곳만 참여했다. 마감을 5일 연장했지만 애초 거론됐던 HP, 오라클, LG CNS 등이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23일 긴급 이사회에서 표면적으로나마 내분이 봉합된다면 추가 참여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고 내분이 격화돼 단독 입찰로 끝날 경우 전산 교체는 멀어진다. 특혜설까지 제기된 마당에 ‘의미 있는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1900억원짜리 거대 이권사업을 나홀로 입찰자에게 맡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IBM과의 재계약이 불가피하다. 국민은행과 IBM과의 전산계약은 내년 7월에 끝난다. 전산을 바꾸려면 최소 1년은 필요하다. 시간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IBM 전산을 다시 써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IBM에만 좋은 일 시켰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이번 파동은 지난달 11일 셜리 위 추이 IBM코리아 사장이 ‘전산 교체 공식 결정’ 2주 전에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보낸 한 통의 이메일에서 시작됐다.

물론 이 행장이나 정병기 감사가 전산 교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체 결정 과정의 의혹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의혹 규명 뒤 교체 재추진’ 내지는 ‘IBM까지 포함시킨 입찰 수정+의혹규명 병행’ 으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시간은 매우 빠듯하다. 그런데 행장과 감사가 “심각하다”고 본 의혹을 사외이사 전원과 은행 전산팀, 심지어 행장과 ‘한몸’이나 마찬가지인 부행장 조차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대립해 온 사안이어서 의혹 규명이 단시간에 될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태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어 금융감독원의 객관적인 조사가 매우 중요해졌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5-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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