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균형재정… ‘최경환 노믹스’의 덫

빨간불 켜진 균형재정… ‘최경환 노믹스’의 덫

입력 2014-09-11 00:00
수정 2014-09-1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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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5% 늘려 경기 부양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5% 정도 늘리기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내년에 재정건전성의 척도인 관리재정수지가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적자를 기록하고,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도 물 건너가게 됐다.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2015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5% 정도 증액하기로 합의하고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오는 18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은 올해 357조 7000억원에서 373조원 정도로 17조~18조원 남짓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했던 3.5% 증가율보다 5조원 정도 늘어난 수치다. 최근 경기 회복 조짐이 미약한 데다 소비 등 내수 부진은 여전한 만큼, 41조원의 자금 투입과 더불어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최경환 노믹스’가 가시화되는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내년 복지 예산은 10% 이상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올해 106조 4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기초노령연금과 4대 연금 등 의무지출이 늘어나는데다 반값 등록금,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 바우처 도입 등에 따른 결과다. 일자리 관련 예산은 13조 2000억원에서 14조 3000억원으로 7.6% 늘린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과 소상공인진흥기금을 신설할 예정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에 따라 국세 수입 등 벌이는 변변찮은데 예산 등 씀씀이를 늘리면서 나라 곳간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국세는 당초 계획보다 8조 5000억원 정도 덜 걷히면서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통상적인 불용액(쓰지 않은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터라 상당 부분 향후 국가부채 등으로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내년 예산을 5조원 정도 늘리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당초 계획한 17조원에서 30조 5000억원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실질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 역시 재정계획상 -1.1%에서 -2.1%로 1% 포인트 가까이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산이 연평균 3.5% 증가하고, 실질 GDP 성장률이 4% 정도를 기록한다고 가정한다면 2017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0조원 내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1.3%가 된다. 이마저도 국세 수입이 연평균 6.5% 늘어난다는 ‘낙관론’을 전제로 한 수치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목표인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되는 것은 물론,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할 처지인 셈이다. 균형재정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 ±0.5% 정도를 뜻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나라 살림의 큰 틀을 제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기재부가 성장률이나 재정운용계획 등에 ‘희망 사항’을 과도하게 반영, 계획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담뱃세 인상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해 소비세와 법인세 등 ‘부자 증세’로 계층 간 세 부담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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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2014-09-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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