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사람이 임자’…줄줄 새는 보조금 관리 강화한다

‘먹는 사람이 임자’…줄줄 새는 보조금 관리 강화한다

입력 2014-12-04 00:00
수정 2014-12-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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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A대학교는 교육부의 ‘전문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23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그러나 A대학교는 보조금을 타내려고 사업 대상 선정 지표인 ‘정원 내 재학생 충원률’과 ‘취업률’을 실제보다 부풀려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월 검찰·경찰이 발표한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A대학교처럼 허위 신청이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보조금 부정수급 규모는 1천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의 보조금 감사에서도 약 2천300억원의 복지재정이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보조금 부정수급에 따른 ‘혈세 낭비’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정부는 4일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 대책을 전면 발표했다.

예산·기금을 재원으로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지급되는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 각종 보조금은 올해 예산에 반영된 것만 2천31개 사업, 52조5천억원 규모다. 연구개발 등에 대한 정부출연금 30조9천억원과 국세감면액 33조원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국고보조금은 100조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 대상이 타당성이나 중복성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선정되는데다 한번 결정되면 축소나 폐지를 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어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부정수급 사례가 상당하다.

보조금 사업자에 대한 감시·감독도 철저하지 않고, 부정수급이 적발된 경우 벌칙 수준도 전반적으로 미약하다. 이때문에 한번 부정수급으로 걸려도 감시망을 피해 다시 보조금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고보조금 운영 전반을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할 총괄 조정 기구가 없으며, 정보 공개와 신고 관련 체계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조사업 운영·관리 시스템 부재’, ‘보조사업 심사제도 미비’, ‘보조사업자 감시·감독 미흡’, ‘집행 및 사후관리 절차 미흡’ 등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4대 요인으로 꼽고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개별적·일시적으로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항구적인 대응 방안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각 부처 1급 간부와 보조금 전문가 등 20여명이 참여하는 ‘컨트롤타워’ 성격의 국고보조금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보조금 사업 전반을 관리하기로 했다.

보조금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해 정부 뿐 아니라 언론과 국민의 직접 감시와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도 이번 대책의 새로운 점이다.

부정수급에 대한 벌칙은 대폭 강화했다. 허위 신청 등을 통해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경우 받은 돈의 5배를 토해내도록 하고 보조사업 참여와 지원을 영원히 불가능하도록 막는 한편, 부정수급을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보조금 신청부터 집행,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지금보다 훨씬 ‘문턱’이 높아져 부정 수급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가 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꼽는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은 개인정보 보호 원칙 등을 고려하면 보조금 사업자나 수급자에 관한 전면적인 정보 공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연 1조원 이상의 재정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원식 한국재정학회장은 “그동안 정부가 다 챙기기 버거운 일들을 보조금 형태로 미루거나, 돈만 대고 보조금의 집행 과정 등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제라도 보조금 관리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그러나 대책이 얼마나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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