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16년 업무계획 발표…기업 M&A 절차 더 신속하게
수술의사가 변경될 경우 반드시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한다.피해가 빈발하는 각종 포인트·마일리지와 관련한 불공정행위 실태 점검에도 나선다.
일본에 있는 해외 계열사들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한 롯데그룹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기업 총수들에게 해외 계열사 보유현황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공정위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201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우선 병원 수술동의서 표준약관을 개정해 병원이 수술 참여 의사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수술 의사 변경 때 환자나 보호자에 대한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환자가 마취된 사이 수술을 맡기로 했던 의사를 바꿔치기하는 ‘유령(대리) 수술’ 논란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성형외과의사회는 2013년 한 여고생이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가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병원의 유령수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술동의서 표준약관이 보급되면 수술 의사 변경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항공사, 카드회사, 통신회사 등이 마일리지·포인트와 관련해 거래 조건을 속이거나 적립된 마일리지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의 동의 없이 포인트를 일방적으로 소멸시키거나 사용을 제약하는 행위를 점검해 보려 한다”며 “소비자 불만이나 피해가 많은 분야”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업의 인수·합병(M&A) 절차가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예비 검토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형 M&A에 대해서는 기업이 결합신고를 하기 전부터 경쟁 제한 등의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시작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최대 120일인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정식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30일이지만 공정위 판단에 따라 9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기업이 M&A를 정식 신고하기 전에 심사를 요청하면 공정위가 심사해 결과를 미리 통보하는 ‘임의적 사전심사’를 도입했다. 이 과정을 거쳐 M&A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사건은 정식 신고 시 심사기간이 30일에서 15일로 줄어든다.
이번에 도입하는 ‘사전 예비 검토’는 기업의 요청이 없더라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검토를 시작해 M&A 절차를 더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신 처장은 “올해 석유화학·건설·물류 분야 등에서 대형 M&A가 여러 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전 예비 검토제를 활용해 문제없는 M&A에는 임의적 심사를 유도하는 등 구조조정이 원활히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해외계열사를 통한 국내계열사 소유지배현황이 드러나도록 총수에게 해외계열사 현황 공시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올해 1분기 중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첫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의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을 넘거나 연간 매출액의 12%를 넘는 경우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이 된 대기업은 한진, 현대,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모두 5곳이다.
이 가운데 최근 조사를 시작한 CJ그룹은 제외한 네 곳은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비상장기업에 일감을 몰아줬는지, 아니면 기업의 전략과 보안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등을 공정위가 법리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지난 28일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경제 민주화 논란에 대해 “경제 민주화와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가 20개였는데 14개가 됐으니 정확히 70%를 이룬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 위원장은 “14개 과제 중 9개 법안은 입법 완료했고 5개는 국회에 계류 중인데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하면 (그동안의 성과가) 도루묵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 과제 중 완수하지 못한 중간 지주회사관련 법안도 최대한 입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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