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수뇌부 줄줄이 특검조사…전속고발권 폐지 불똥튈까

공정위 수뇌부 줄줄이 특검조사…전속고발권 폐지 불똥튈까

입력 2017-02-15 09:19
업데이트 2017-02-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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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정위원장 사상 첫 검찰 조사…공정위 ‘당혹’

“전속고발권 폐지는 안 된다.”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은 김 전 부위원장이 3년 간 부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였다.

그는 공정위 부위원장으로서 마지막 ‘백브리핑’ 주제로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꺼내 들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로 한 제도다.

시민단체와 야권은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해 고발권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해왔다.

그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현 공정위 업무를 검찰과 나눠 맡게 되는 만큼 정부 조직 개편 수준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 채로 한동안 전속고발권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지난 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특혜 의혹으로 김 전 부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는 그날 밤 특검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대기업 봐주기’ 의혹을 부인하며 마지막까지 전속고발권의 필요성을 강조한 김 전 부위원장이 보름도 채 되지않아 삼성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15일 공정위와 검찰 등에 따르면 특검은 공정위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처분 주식 수를 줄여 삼성에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 주식 1천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공정위가 결론 내렸음에도 청와대의 지시로 처분 규모를 절반인 500만주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이틀 뒤인 지난 10일에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까지 특검에 출석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를 받았다.

1981년 공정위가 설립된 이후 현직 위원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막 임기를 마친 부위원장에 이어 현직 위원장까지 특검에 소환되면서 공정위는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 위원장이 특검 수사와 관련 모든 직원에 함구령을 내리면서 현재 공정위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처분 명령이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또 최종 가이드라인 결정에 앞서 전원회의 논의를 거치는 등 절차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소극적 대응은 다소 의외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함구령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적극적인 해명이 자칫 ‘대기업 봐주기’로 잘못 비칠 경우 최근 힘이 실리고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에 기름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공정위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탓에 감사원·조달청·중소기업청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하는 의무고발요청제도까지 도입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달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의무고발제 대상 기관 수를 늘리는 등 전속고발권 개선안을 마련하는 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속고발권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와 야권 등이 주장해온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은 최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일부 대권 주자들까지 가세하면서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지난 10일 4당 원내수석부대표 및 정무위 간사 회동을 하고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축소하거나 개선하는 안에 대해 오는 20일 정무위 공청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다루는 사건들은 일반 형사·민사 사건과 달리 경제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전속고발권이 완전 폐지되면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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