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형이라더니… 죽어야 받는 종신보험

저축형이라더니… 죽어야 받는 종신보험

유대근 기자
입력 2021-06-09 01:36
업데이트 2021-06-09 01:4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불완전판매 민원 10개 중 7개 종신보험
사회초년생 20대 피해 많아… ‘주의’ 발령

이미지 확대
가입자(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에게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인 줄 알고 들었다가 피해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주로 보험 가입 경험이 없는 20대 젊은층이 판매자에게 속는 일이 빈번하다.

금융감독원은 “보험 민원을 분석해 보니 10~20대 사회초년생들이 종신보험 가입 뒤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8일 발령했다.

금감원에 지난해 하반기 접수된 보험 관련 불완전판매 민원은 모두 4695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종신보험 비중이 69.3%로 가장 높았다. 또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피해자 중 10~20대 비중이 36.9%로 다른 세대보다 월등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 모집인 입장에서는 20대에게 팔아야 사업비가 가장 많이 남기에 불완전판매의 타깃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설명 듣고 가입했다”며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 일부 법인보험 대리점들은 직장 내 세미나, 워크숍 자리를 찾아가 직원들에게 상품을 설명한 뒤 가입을 유도하는 ‘브리핑 영업’을 하거나 마트 등에서 현수막을 걸어 둔 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업하는 등 맞춤형 설명 없이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

일부 설계사들은 “3%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저축성 보험”이라고 속이며 상품을 팔고 있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20대 청년은 “보험설계사가 비과세 혜택에 복리이자까지 받는 저축성 상품이라고 설명했고, 안내 자료에는 ‘저축+보험+연금’이라고 적혀 있었다”면서 “초저금리 시대에 필요한 재테크 상품인 것 같아 가입했는데 알고 보니 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고, 내가 죽어야 보험금이 나오는 보장성 종신보험이었다”고 말했다.

종신보험은 저축성 보험과 비교해 사망 때 보장 목적으로 비축해 놓는 위험 보험료나 모집인 수수료 등으로 쓰이는 사업비 비중이 크다. 이 비용을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공제한 후 운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모집인들은 사회초년생이 목돈 마련이나 재테크에 관심이 높다는 점을 악용해 종신보험을 저축성이라고 설명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종신보험은 저축 목적으로 적합하지 않고 ▲상품 설명서에 관한 판매자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이해한 뒤 가입 결정을 해야 하며 ▲판매인이 해피콜(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하는 통화)이 왔을 때 모든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라고 해도 따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21-06-09 2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