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義士와 將軍/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義士와 將軍/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03-25 00:00
수정 2010-03-2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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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삶의 사고와 행위를 규제하고 재는 큰 틀로 사람들은 흔히 대의(大義)와 명분(名分)을 들춰 세운다. 대의가 큰 차원의 도리나 본분이라면, 명분은 대의를 향한 협의의 구실이고 이유다. ‘아침에 도를 듣는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夕死可矣).’는 유교식의 대의가 있다면,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식의 처세 격의 치레와 명분이 있겠다. 대의와 명분은 동떨어진 별개의 개념이 아닌 맞물린 주종과 융합의 명제가 아닐까. 군(軍)에서 전략과 전술이 잘 결합해야만 소기의 목적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안중근 의사 호칭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널리 회자되어온 의사(義士), 여기에 무인·군인을 부각시킨 장군(將軍) 호칭의 맞섬이다. 안 의사 자신이 ‘의군 참모중장’이라 칭했고 ‘나라를 위해 몸바침이 군인 본분’이라는 글을 남겼다며 내세우는 ‘장군 밀어붙이기’도 명분은 있을 터. 국제적으로 안 의사의 의거를 합법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장군 호칭이 합당하단다. ‘나라를 침탈한 원흉을 쏘았다.’는 의거의 근저엔 어두운 나라 형편에 대한 걱정과 평화정신이라는 근본 대의가 있다는 의사론. 따져보면 나라와 민족 없는 장군이 어디 있을까. 뜬금없는 대의명분 싸움이 부질없다.

협심·협량의 다툼 속에 던져진 사사가와 노리가쓰(笹川紀勝) 일본 메이지대 교수의 화두가 가슴을 친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 학술회의에서 꺼낸 ‘안중근 동양평화론’.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근본은 동양평화에 있고, 그 동양평화론은 칸트의 평화연맹 구상을 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침략 원흉을 쓰러뜨린 ‘장군 안중근’과 ‘의사 안중근’을 넘어선 세계평화의 실천적 의인으로 안중근을 보라는 대국적 외침이다. 그것도 일본인 입에서 흘러나온…. 대의명분 다툼에 매달린 우물 안 개구리 격 협심이 부끄럽다.

내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선 안 의사 순국 100주년 추념식이 보훈처 주관으로 성대하게 열린다. 정부 주요인사와 안 의사 유족 등 2000명이 모여 안 의사 행적 낭독과 추모공연, 추념사를 한다는데. 모처럼 마련된 뜻깊은 자리의 언저리에서 행여 장군입네 의사입네 운운의 다툼은 없어야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순국 100주년에 맞춰 안 의사 유해발굴을 위해 중국, 일본에 적극 협조를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 의사 유해 발굴이 어디 안중근을 그저 우리 곁에 가까이 모시자는 차원에 머물까. 의사 안중근도 좋고, 장군 안중근도 좋을 것이다. 이제 안중근을 제대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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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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