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공직사회의 파레토 법칙/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공직사회의 파레토 법칙/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09-17 00:00
업데이트 2011-09-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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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20의 법칙.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창한 가설이다. 한 국가에서 전체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것. 19세기 영국의 부와 소득의 유형을 연구하다가 발견했다. 파레토의 법칙은 이후 세계 각국의 여러 분야에서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20%의 운전자가 교통위반의 80%를 차지하고, 20%의 범죄자가 80%의 범죄를 저지르며, 20%의 조직원이 80%의 업무를 수행하며, 전체 상품 가운데 20%가 매출액의 80%를 올리고, 전체 고객의 20%가 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고객 20%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사례는 1998년 인터넷 서점 이베이의 최고경영자(CEO) 맥 휘트먼에 의해 재확인되기도 했다. 휘트먼은 매출 및 순익 자료를 작성하다 단골고객 20%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베이는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핵심고객을 특별관리하는 ‘파워 셀러스’(Power Sellers)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히트 상품이나 핵심 고객에게 집중하는 전통적 마케팅 기법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베이는 이후 전통적인 80대20의 법칙을 ‘롱 테일’(Long Tail)의 법칙으로 전환하도록 만든 중요한 인터넷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됐다. 정보기술(IT) 전문잡지 ‘와이어드’의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이 ‘롱 테일’이라는 저서를 통해 주장한 법칙은 사소한 다수 80%가 상위 20%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가설이다. ‘역 80대20’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공간의 제약 때문에 인기 작가의 최근 서적 위주로 판매하지만,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서점은 무한정한 서적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앤더슨은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는 80대20 법칙으로는 IT 시대의 경제현상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여론조사기관인 TNS코리아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과 공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공직사회 알선·청탁 인식’에 대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공직사회의 알선·청탁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답변했다. 반면 공직자는 10명 가운데 2명만 알선과 청탁이 심각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80대20이라는 비율이 눈에 걸린다. 혹시 공직자의 20%가 알선·청탁과 같은 공직 범죄의 80%를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1-09-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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