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현대·삼성병원/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현대·삼성병원/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1-10-27 00:00
업데이트 2011-10-2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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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부분의 재벌들은 예나 지금이나 문어발식 경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어발식 경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 전 국민이 쌍수를 들어 환영한 재벌의 새로운 업종 진출도 있었다. 대규모 병상을 갖춘 현대식 병원 진출이 그것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아산 재단 설립자)은 1977년 9월 전북 정읍 아산병원 기공식에서 “각 병원의 모(母) 병원으로서 기능을 하고 국내 의료수준의 향상을 위하여 세계적 수준의 병원을 서울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병원의 첫 이름을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으로 한 것도 지방병원들의 중심역할을 할 서울에 있는 모병원이라는 뜻에서였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1989년 6월 서울아산병원이 개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당시에는 생소했던 환자 중심 병원을 선언했다. 1994년 11월에는 삼성서울병원이 문을 열었다. 당시 재계 1, 2위였던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병원 사업에서 경쟁하게 된 것이다. 병원의 문턱이 높던 시절, 환자와 환자 가족이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없던 시절, 국민들은 양대그룹의 병원 진출을 반겼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출범과 더불어 의료수준과 서비스, 장례문화도 상당 수준 업그레이드됐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가톨릭대병원 등 기존 빅3와 경쟁하면서 의료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서비스, 친절의 대명사인 삼성그룹 계열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6개 암 부문 평가에서 폐암 한 분야만 1등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 사이에는 ‘진단은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장례는 삼성서울병원에서’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이 수술에 관한 한 라이벌인 서울아산병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제 삼성그룹은 삼성서울병원의 실적 부진 책임을 물어 이종철 삼성의료원장을 경질했다. 현대와 삼성의 병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고객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수술의 질을 높이려는 경쟁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좋지만, 환자와 가족들은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대해 주는 의사를 원한다.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한마디도 제대로 물어볼 수 없을 정도로 의사는 무섭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아시아 최고 병원이 되기 위한 질적인 경쟁도 좋지만 따뜻한 마음이 있는 의사를 보다 많이 양성하는 경쟁을 하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2011-10-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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