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상담원의 눈물/임태순 논설위원

[씨줄날줄] 상담원의 눈물/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2-02-08 00:00
수정 2012-02-0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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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에 매일 찾아와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었다. 제품에 불만이 있어서인가 하고 교환, 환불 등으로 달래거나 봐달라며 사정하고 위협해도 통하지 않아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며칠 지나지 않아 골칫거리 고객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상담사에게 비법을 물어보니, 회사에 불만을 이야기했는데 담당자가 들어주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며 자신은 단지 그의 이야기를 죽 듣기만 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상담 수요가 늘고 있다. 업무 또는 조직 구성원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 스트레스를 받거나 강박관념에 시달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통 단절 또는 소외로 인해 이야기 상대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상담자의 제1덕목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傾聽)이다. 물론 노련한 상담가는 상대방의 말에 담긴 표면적인 메시지 외에 말할 때의 몸짓, 감정 등 이면의 내용까지 읽지만 초보 상담자는 내담자(談者)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상담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동료가 자신의 고민이나 불만을 들어주기만 해도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감정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감정 교류를 통해 서로 마음이 통하는 ‘라포’(Rapport)가 형성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제난 등으로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살자들이 늘고 있다. 자살충동자 상담의 경우 익명으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어 전화상담이 일반적이다. 자살 상담도 물론 경청과 공감이 절대적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주어야지, 자살행위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며 논리적으로 맞서는 것은 금물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상담원들이 상담 후유증으로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자살충동자와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그들을 도와주지 못한 데 대한 무기력감·죄책감 등으로 자책한다는 것이다. 내담자와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심리적 고뇌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담자들에게 전문가의 심리 치료를 받게 한다. 오랜 시간 상담으로 인해 심신이 피로해지는 데다 내담자의 세계에 상담자가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또는 비정규직 형태로 상담원을 꾸려가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너무 먼 이야기인가.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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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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