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가든파이브의 교훈/임태순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든파이브의 교훈/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2-04-20 00:00
수정 2012-04-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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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광섭은 ‘성북동 비둘기’에서 “성북동 산에 번지(番地)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 번지가 없어졌다.”고 했다. 청계천 공구상 등 청계천 상인들도 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성북동 비둘기 신세가 될 뻔했다. 지금은 청계천이 도심 한가운데를 유유히 흘러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지만 복원공사가 시작된 2003년만 해도 반발과 우려가 적지 않았다. 청계고가 해체에 따른 교통난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고 주변 상인들은 청계고가 해체로 인한 먼지, 분진 등 환경악화,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상권 붕괴 등을 들어 태반이 반대했다.

점심을 먹은 뒤 회사 동료의 손에 끌려 청계천 공구상가 거리를 돌아본 적이 있다. 깨끗하게 정비된 청계천 도로변과는 달리 이면 골목길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매캐한 냄새, 분진이 흩날려 1970~80년대 분위기 그대로였다. 공구상가는 도로변 전면에는 공구를 조립해 완성품을 파는 공구점들이 늘어서 있고 뒤편에는 부품을 만드는 공장과 창고들이 들어서 있다. 생산과 판매처가 붙어 있으니 물류비가 적게 들고 물류비가 싸니 제품가격도 저렴하다. 업체들이 밀집해 있으니 구하지 못하는 부품이 없다.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청계천 공구상들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다.

서울시가 청계천 이주상인들을 위해 지은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가 썰렁하다고 한다. 10층짜리 공구·생활·아파트형 공장 빌딩 3개로 이루어진 가든파이브는 1조 3000억원을 들여 지난 2010년 6월 문을 열었지만 상가 분양률은 50%에 불과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방문하고 나서 “귀곡산장 같다.”고 했을 정도다. 가든파이브는 왜 실패했을까. 청계천 공구상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상권이다. 서울시는 세금을 들여 현대식 건물을 짓고 입주비를 싸게 하는 등 여러 가지 특혜를 제공했지만 핵심인 상권 창출에는 실패했다. 공구상은 물론 부품업체도 이전해 생산과 판매의 시너지효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청계천 공구상가에 가 보면 ‘장지동 가든파이브 가게 싸게 내놓는다’는 벽보가 종종 눈에 띈다. 장지동에 점포를 얻었던 공구상들이 청계천으로 U턴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가든파이브는 시설이나 부지를 이전할 때 외형적인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생태환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김광섭도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엔 조용히 콩알 하나 먹을 널찍한 마당’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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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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