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중하층(中下層)/주병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중하층(中下層)/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2-05-21 00:00
수정 201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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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진이 올해의 단어로 ‘쥐어짜는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선정했다. 물가상승, 임금동결 등으로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음을 대변한 말이다. 그래서 미국·중국·일본 등은 지금 ‘부풀어 오른 중산층(swollen middle)를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통상 경제적인 의미에서의 중산층 가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소득(중위소득)의 50~150% 범위에 속한 가구를 뜻한다. 중위소득 50% 미만인 가구는 빈곤층, 중위소득 150% 이상인 가구를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중산층을 측정하는 도구는 국가별로 다르다. 개념을 정의하는 것도 시간에 따라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연봉이나 월소득으로 중산층을 가늠한다. 최근 어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연봉 5000만~7000만원이 돼야 중산층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도시근로자의 4인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35만 5000원이었으니 연봉으로 따져 보면 비슷한 수치다. 여기에는 부채 없는 30평형대 아파트, 2000㏄급 승용차,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해외여행 1년에 수차례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중산층을 최저생계비의 2~2.5배 이상을 버는 계층으로 정의하는 곳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올해 최저생계비(4인가구 기준)가 149만 5550원이므로 299만 1100~ 373만 8875원을 벌면 중산층에 해당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산층의 대표 가구가 확 바뀌었다. 1990년대 중산층의 대표 가구는 ‘30대-고졸-제조업 근무-남성 외벌이’였으나 2010년에는 ‘40대-대졸-서비스업 근무-남녀 맞벌이’로 바뀌었다. 고학력, 맞벌이, 여성 등의 비중이 높아졌는데도 삶의 질이 더 떨어진다니 역설적이다. 중산층의 비중이 1995년 75.3%에서 2010년 67.5%로 떨어졌고, 중산층 적자가구 비중이 1990년 15.8%에서 2010년 23.3%로 늘어난 것이 원인일 게다.

얼마 전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에 대해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민 100명 중 52명(51.7%)이 자신을 ‘중하층’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상층(18.3%), 하하층(4.4%)까지 포함하면 자신의 삶이 평균 이하라고 답변하는 사람은 100명 가운데 74명이라는 얘기다. 서글픈 일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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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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