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를 열다] 53명의 목숨 앗아간 1972년 서울 시민회관 화재

[DB를 열다] 53명의 목숨 앗아간 1972년 서울 시민회관 화재

입력 2013-02-02 00:00
수정 2013-02-0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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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2월 밤 8시 28분쯤 서울 세종로 서울시민회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날 시민회관에서는 문화방송 개국 11주년 행사로 10대 가수 청백전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남진, 이상렬, 이용복, 정훈희, 조미미, 하춘화와 신인상 수상자 김세환·정미조, 특별상 수상자 김추자, 코미디언 구봉서·곽규석 등도 공연에 참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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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밖으로 나오는 사이 갑자기 무대 위 조명장치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면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원인은 전기 과열로 말미암은 합선이었다. 공연이 끝났기 때문에 막이 내려오고 있었고 불길은 막으로 옮겨붙어 삽시간에 번졌다. 관객 중에서 3분의2 정도는 퇴장한 상태였지만 아직 나가지 못한 사람도 많아 회관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대 쪽에서 시작된 불은 천장 쪽으로 치솟았고 위층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아래층으로 물밀듯이 밀려왔다. 관객들은 서로 먼저 나가려고 밀치고, 계단에서 넘어졌으며 여성들과 아이들이 깔렸다. 2층에 있던 관객 수십명은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기도 했다.

이 화재로 53명이 죽고 76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중에는 가수 문주란과 김상희도 있었다. 김상희는 가벼운 부상을 당했지만, 문주란은 화장실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렸다가 허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시민회관 화재는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 1974년 청량리역 대왕코너 화재와 함께 1970년대 서울의 3대 화재 사건 중 하나다.

시민회관은 1956년 6월 1일 착공됐다. 이승만 정부 시절 국가 최대의 프로젝트로 체신부 청사 자리에 새 건물을 짓기 시작했는데 원래 이름은 우남회관이었다. 우남은 이승만의 아호다. 야당의 반대 등 우여곡절 끝에 1961년 10월 31일 완공됐지만 이미 4·19, 5·16이 지난 뒤여서 우남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것은 당연했다. 시민회관은 1960년대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명소였다. 공연과 음악회가 자주 열렸고 10층 옥탑은 당시 주변 건물 중 가장 높아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였다. 완전히 소실된 시민회관 자리에 세종문화회관이 1974년 1월 착공되어 1978년 4월 완공되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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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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