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풍납토성의 쓰레기/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풍납토성의 쓰레기/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2-04 00:00
수정 2013-02-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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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박물관으로 옛 동기(銅器) 두 점을 팔러 온 사람이 있었다. 발견지로 가 보니 풍납리였는데, 큰물에 씻겨간 토사 단면에 커다란 항아리가 노출돼 있었으니, 동기는 항아리 속에 있었다고 한다. 주변 단층에 무수한 백제 토기가 출현하고 있으니 가 보면 어떤가.”

을축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1925년 가을, 지금의 서울 송파구 풍납동인 경기 광주군 구천면의 풍납토성을 찾았던 일본인 형질인류학자 아오노 겐지가 남긴 탐방기의 일부다. 그는 우리 땅에서 문화재를 조사한 최초의 일본인으로 알려진 세키노 다다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겐지는 ‘그날 세키노 박사의 의견으로는 이곳에는 성벽 흔적도 있으므로 백제 왕성 유적으로 생각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옛 동기가 바로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동 자루솥이다.

풍납토성은 풍납동이 서울시에 편입된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성벽 내부를 사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이후 유적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며 난개발이 이루어진 것이다. 풍납토성이 다시 한성백제의 왕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한 고고학자의 용감한 도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97년 토성 내부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 ‘잠입’한 이형구 당시 선문대 교수가 파헤쳐진 흙더미에서 백제 초기 유물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던 경당연립터에서 발굴조사가 벌어졌고, 왕궁의 흔적으로 보이는 유적과 유물까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성백제박물관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풍납토성 발굴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개관한 박물관의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풍납토성의 성벽 단면이다. 박물관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 지어졌는데, 일찍부터 한성백제의 한강유역 지배와 깊은 관련이 있는 시설로 인정받은 몽촌토성의 내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풍납토성이 한성백제박물관의 상징이 된 것은 그만큼 풍납토성이 백제 건국 초기의 도읍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풍납토성의 해자(垓子) 추정지에 수천t의 쓰레기가 매립됐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왕성이라는 증거가 뚜렷해지며 유적 보호와 주민대책이 현안으로 떠오른 이후인 2006년 벌어진 일이라니 놀랍다. 해자란 적의 침입을 막고자 성 밖을 둘러 판 물길이다. 광주광역시 신창동이나 경주 안압지에서 보듯 저습지는 특히 목재 유물의 보존에 유리하다. 풍납토성 해자에도 초기 백제의 역사를 밝혀줄 유물이 간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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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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