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애경 작가·작사가

[문화마당]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애경 작가·작사가

입력 2014-06-12 00:00
수정 2014-06-12 02:2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애경 작사가
이애경 작사가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뮤직매터스(Music Matters)에 다녀왔다. 뮤직매터스는 유럽 음악마켓인 미뎀(Midem), 북미 최대 음악마켓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와 함께 세계 3대 음악마켓으로 불린다.

약 4일 동안 이뤄지는 이 음악 마켓은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음반제작자, 음악유통사, 공연기획자, 프로듀서, 뮤지션 등 음악과 관계된 수천명이 모여 회의도 하고, 교류도 하고, 음악정보도 주고받고, 또 떠오르는 가수들의 쇼케이스를 여는 등 음악비즈니스에 관련된 많은 일들이 이뤄지는 곳이다.

그곳에서 해외 음악 관계자들과 미팅하는 가운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에는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올 수 있게 음반사 혹은 뮤지션과 라디오 프로그램 사이를 연결해주는 직업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음악이 나왔을 때 라디오가 그 음악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그 일을 해주는 전문 직업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가수의 매니저가 그 역할을 다 한다고 했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한국의 매니저는 슈퍼맨이다. 매니저는 새로운 음반 혹은 음원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하지만, 그 가수가 TV 음악프로그램 혹은 여러 방송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한다. 그것뿐인가. 기자들을 상대하기도 하고 가수와 함께 이런저런 미팅에 다니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다양한 일을 한 사람이 다 감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국은 이런 모든 일들이 철저히 분업돼 있었다. 그렇게 직업이 세분화된 이유를 물었더니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업 분류가 세밀하게 나눠져 있고, 돈은 조금 덜 벌더라도 서로 나눠서 일하고 역할을 분담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직업관과 산업 의식이 놀라웠고 또 부러웠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본인이 다 해보려는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은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기본이고 수십억씩 벌면서도 유명세를 이용해 다채로운 사업을 하는 일부 유명인들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우리는 ‘일당백’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니까.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중에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온 마을에 필요한 일들은 모두 도맡아 하는 홍반장은 자장면 배달도 하고, 동네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집수리도 해준다. 동네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편하지만, 바꿔 말하면 누군가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결론도 된다. 나눠서 할 수 있으면 더 잘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식을 택하는 사회. 사회의 구조가 그것을 강요하기도 하고 개인의 욕심이 그것을 추구하기도 한다.

물론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돼 실업률이 낮아지고 전체적으로 산업이 안정되면 직업에 대한 세분화도 이뤄지고 전문성이 중요시되는 구조로 변화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에 앞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불어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로고가 달린 편의점보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나누던 정서와 교감을 중요시하고, 나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하도록 맡겨 역할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마음. 그 작은 마음의 나눔이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 자라나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2014-06-12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투표
'정치 여론조사' 얼마큼 신뢰하시나요
최근 탄핵정국 속 조기 대선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여론조사의 방법과 결과를 놓고 서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론이 그 어느때보다 두드러지게 제기되고 있다. 여러분은 '정치 여론조사'에 대해 얼마큼 신뢰하시나요?
절대 안 믿는다.
신뢰도 10~30퍼센트
신뢰도 30~60퍼센트
신뢰도60~90퍼센트
절대 신뢰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