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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 친구 뺨에 손이 맞은 아이/신진호 뉴스24 부장

[마감 후] 친구 뺨에 손이 맞은 아이/신진호 뉴스24 부장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3-09-15 00:54
업데이트 2023-09-1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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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뉴스24 부장
신진호 뉴스24 부장
또 한 분의 교사가 스스로 생을 접었다. 고인도 학부모의 민원과 고소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이초 교사를 포함해 두 달간 학부모 민원과 관련해 숨졌다고 보도된 교사가 3명째다.

최근에야 알려진 몇 년 전의 사례도 여럿이다. 짐작하건대 이제야 세상에 드러났을 뿐이지 학부모의 괴롭힘에 고통받다가 죽음을 선택한 교사들이 과거에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교사들의 연이은 죽음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사회적 분노도 크다. 대전 초등교사 사망 사건의 가해 학부모로 지목된 이들의 신상이 공유되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엔 욕설 쪽지가 다닥다닥 붙고 달걀과 밀가루 세례가 이어졌다.

이러한 사적 제재, 당연히 경계해야 할 문제다. 사회적 분노는 해소될지언정 그로 인한 부작용은 명백하다.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고, 저지른 잘못에 비해 지나친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여러 언론에서 사적 제재를 우려하는 기사가 나왔고 당연히 지적할 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엉뚱한 가게가 지목돼 억울하게 별점 테러와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안에서 비슷한 우려를 보태고 싶지 않았다. 한 학부모가 해명 글에서 “아이의 손이 친구의 뺨에 맞았다”고 쓴 것을 읽으면서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진상 학부모는 스스로 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몇십 년 뒤 진상 학부모가 돼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두어 달 전 서이초 교사의 죽음과 관련해 ‘들끓는 정의감을 단죄에 쏟아붓기보다 교사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올바른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데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는 글을 썼다. 이 생각이 틀리진 않았어도 지금 보니 공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도를 넘은 학부모의 민원과 고소에 교사가 충분한 보호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보호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이른바 ‘갑질’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교사가 아닌 누군가가 그 갑질을 대신 받을 것이다.

과거 ‘스승의 훈육’이라는 명목하에 체벌과 학생 인권 침해가 자행되던 때가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인권 의식이 확산되면서 교권과 학생 인권이 균형추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마치 교권과 학생 인권이 양립할 수 없다는 식의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 속의 시행착오 정도로 여기기엔 그 피해가 너무 크다.

개별 사례 차원에선 갑질 부모 개인의 탓이 크지만, 이들을 양산해 낸 우리 사회의 구조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정교육의 부재, 일상 속 법 만능주의, 역지사지의 실종 등 우리 사회가 품고 있던 모순이 응축돼 있다가 터져 나온 게 작금의 상황이 아닐까 싶다. 가정교육의 부재 등 앞서 꼽은 문제가 만연하게 된 데에도 구조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엉켜 버린 실타래를 보는 듯하다. 우리 사회가 답을 찾을 때까지 교사들이 부디 굳건히 버텨 주기를 바랄 뿐이다.
신진호 뉴스24 부장
2023-09-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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