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솜씨와 맵시/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솜씨와 맵시/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11-22 22:36
수정 2017-11-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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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어문팀장
‘솜씨’는 ‘손’과 관계가 깊다. 국어사전에는 ‘손을 놀려 어떤 일을 하는 재주’라고 기본 뜻풀이가 돼 있다. 비슷한말 관계에 있는 단어로는 ‘손재주’, ‘손재간’이 있다. 어원을 살펴보면 ‘솜’은 아예 ‘손’이었다.

‘솜씨’는 ‘손+쓰+이’ 구조에서 비롯한다. ‘손’은 우리 신체의 일부인 ‘손’이고, ‘쓰’는 ‘쓰다’의 ‘쓰’다. ‘이’는 어떤 말을 명사가 되게 하는 접미사다. 여기서 ‘손씌’가 되고 ‘솜씌’, ‘솜씨’가 됐다. ‘손’이 ‘솜’이 된 까닭은 ‘씌’의 ‘ㅆ’이 본래 ‘ㅂㅅ’이었던 데 있다. 이 ‘ㅂ’의 영향으로 앞의 ‘ㄴ’이 ‘ㅁ’이 됐다. ‘ㅂ’도 ‘ㅁ’도 입술에서 소리가 난다. ‘ㄴ’ 대신 ‘ㅂ’과 가까운 ‘ㅁ’으로 바뀐 것이다.

‘씨’는 ‘앞말이 나타내는 상태나 태도, 모양, 재주’의 뜻을 더하는 말이 됐다. ‘솜씨’ 외에 ‘말씨, 마음씨, 바람씨, 발씨’의 ‘씨’도 같은 구실을 한다.

이런 ‘씨’들의 영향이 있는 듯하다. 물론 소리도 [씨]로 난다. ‘맵시’는 적을 때 ‘맵씨’와 흔히 왔다 갔다 한다.

‘맵시’를 소리 나는 대로 ‘맵씨’로 적지 않는 것은 ‘접시’라고 하는 이유와 같다. ‘접시’도 발음은 [접씨]다. 규칙적인 것이다. ‘ㅂ’ 받침 뒤에서는 규칙적으로 된소리가 난다. 그래서 맞춤법에 예사소리로 적는다는 규정을 두었다. ‘ㄱ’ 받침 뒤에서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납작하다’라는 표기가 자연스럽다. 발음과 달리 우리는 대부분 ‘늑대’, ‘낙지’, ‘색시’, ‘깍두기’에 더 익숙해져 있다.

wlee@seoul.co.kr
2017-11-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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