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감다’는 ‘검다’와 비슷한말이다. 일상에선 쓰이지 않지만, ‘석보상절’이 간행된 시대에는 ‘검다’와 같이 쓰였다. 현재도 국어사전들에선 ‘감다’가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석탄의 빛깔과 같이 다소 밝고 짙다’라고 풀이돼 있다. 1447년에 나온 ‘월인천강지곡’에 보인다는 정보도 있다.
‘천자문’의 첫머리 ‘천지현황’(天地玄黃)에서 ‘현’을 ‘가물 현’이라고 새기던 기억들이 있다. 지금은 ‘검을 현’이라고 하지만, 이전엔 ‘가물 현’이었다. 이 ‘가물’은 ‘감다’와 관련이 있다. ‘감-’에 어미 ‘-을’이 붙은 것이다. 물고기 ‘가물치’의 ‘가물’도 같다. ‘-치’는 ‘갈치, 멸치, 꽁치’에서처럼 ‘물고기’란 뜻을 나타낸다. ‘가물치’는 ‘검은 물고기’란 뜻이 된다.
어원은 단어의 뜻을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 언어생활의 밑바탕이다. 1997년 ‘우리말 어원사전’(김민수) 이후 어원사전이 몇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일반의 궁금증을 덜어 주기엔 부족한 것들이 있다. 그동안 어원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됐다. 이 결과들이 흩어져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 보태지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어원사전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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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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