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누가 지방분권을 가로막는가/김승훈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누가 지방분권을 가로막는가/김승훈 사회2부 차장

김승훈 기자
입력 2019-01-21 23:12
수정 2019-01-2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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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사회2부 차장
김승훈 사회2부 차장
지난 18일 제주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제41차 총회에선 현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식 지방분권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겉으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강조하지만 속으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지방정부를 국정 동반자가 아니라 여전히 관리와 통제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은 “2급은 기조실장, 안전, 의회사무처장 셋만 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지역 상황에 따라 경제·복지·환경이 중요하면 경제·복지·환경을 중용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할 수 없다. 이게 무슨 지방자치냐”고 비판했다.

1995년 지방자치 시작 이후 24년이 지났지만 지방분권은 아직 요원하다. 지방분권은 사무의 권한과 책임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변경하고, 재정 권한도 지방정부 몫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지방분권은 크게 대응성과 역량 측면에서 논의된다. 주민 의견에 귀 기울이고, 즉시에 대응하는 대응성 측면에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 누가 현장을 잘 알고, 누가 주민들이 원하는 걸 제대로 알까. 국회의원이나 정부 부처 장관이 주민들을 많이 만날까, 아니면 구청장이나 구의원이 많이 만날까. 묻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구청장실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구민들은 건의할 게 있으면 언제 어느 때든 구청장을 찾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구청 1층에 현장구청장실을 마련, 구청장실 문턱을 아예 없애고 주민 속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자치단체장은 주민들과 늘 밀접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주민들 요구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고, 그 요구에 따라 제대로 된 개선책을 적시에 마련할 수 있다.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박원순 시장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전담 주치의가 75세 이상 노인 가정을 직접 찾아 건강관리를 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효사랑 주치의’, 50대 독거남의 사회적 고립을 막고 자활을 돕는 김수영 양천구청장의 ‘나비남 프로젝트’ 등은 중앙정부는 죽었다 깨어나도 생각해 내지 못할 생활밀착형 정책들이다.

논란은 역량 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방정부는 무능력하기 때문에 조직권을 주면 조직을 마구잡이식으로 늘리고, 돈을 주면 재정을 낭비하고, 사무 권한을 주면 지역 유지들과 결탁해 단속도 하지 않고 그들에게 인허가 특혜를 준다’는 게 지방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반시대적 중앙부처 관료들의 주된 논리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등을 논하는 지금 이 시대에 이들은 지방을 1960~70년대 시골로 치부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나 나올 법한 얼토당토않은 해괴한 논리로 지방정부의 역량을 폄훼하고, 지방분권을 가로막고 있다. 이는 자치단체장을 직접 뽑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주민들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고, 권위주의적인 엘리트 사고에 젖어 있어 더더욱 시대착오적이다.

1995년 지방자치를 시작할 때도 불신이 팽배했다. 지방자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가 횡행했다. 당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방자치를 단행했다. YS의 결단이 반자치적 논란을 잠재우고, 지방자치의 꽃을 피웠다. 현 지방정부의 대민 서비스는 관선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었다. 24년 만에 대통령 결단이 또 한번 필요한 시점이 왔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만이 반자치적 불신을 종식하고, 진정한 지방분권 시대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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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nam@seoul.co.kr
2019-01-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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