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노푸스 단지 세트. 말기 시대 제 26왕조, 기원전 664~525년경.
다리 부분과 얼굴·부리·목 부분은 은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부분은 원래 청동이었던 것을 현대에 와서 누군가가 은으로 교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유물은 따오기 형태를 하고 있는 관으로 2016~17년에 있었던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이집트 보물전’ 당시에도 전시됐던 것이다. 그런 만큼 이 따오기 관은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오기는 고대 이집트에서 토트 신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토트는 지식, 과학, 문자 등과 관련이 있는 신으로 서기들의 수호신이자 신들 사이에서는 직접 서기 역할을 한다. 관 내부에는 실제로 따오기 미라가 들어 있는데 이러한 동물의 미라는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오기 관 바로 뒤에서는 현대인의 눈에는 다소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는 미라를 만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설명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미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시신 내부의 장기들을 제거하는데, 이건 장기가 시신에서 가장 쉽게 부패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단 이때 심장만큼은 시신 내부에 남겨 둔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심장을 한 개인의 정수가 담긴 기관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시신에서 제거된 장기들은 방부 처리되어 ‘카노푸스 단지‘라고 불리는 4개의 단지에 담기게 된다. 서로 다른 모양의 머리 모양으로 뚜껑이 장식된 4개의 관은 ‘호루스의 4 아들’을 상징한다. 자칼의 머리를 한 두아무테프, 매의 머리를 한 퀘베세누프, 사람의 머리를 한 임세티 그리고 개코원숭이의 머리를 한 하피가 이들인데, 이들 모양의 관에는 각각 위, 장, 간, 폐가 담긴다.
장기가 모두 제거된 이후 시신은 일정 기간 나트론으로 덮어 놓는데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시신은 완전하게 건조된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인 헤로도투스에 따르면 최고위층의 시신은 70일가량을 나트론 속에 넣어 건조했다고 한다. 그렇게 건조된 시신을 정성스럽게 아마포로 싸면 미라는 완성된다. 이집트 말기왕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카노푸스 단지 한 세트가 미라 제작 영상 바로 옆에 전시돼 있다.
이집트 전시실에는 실제로 미라도 한 구 전시 중이다. 바로 토티르데스의 관과 함께 놓여 있는 미라다. 그런데 이 미라는 관의 주인인 토티르데스의 시신은 아니다.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목관과 미라는 서로 시대가 다르다. 아마도 어느 시점에선가 고미술품상들이 목관을 더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 주인을 알 수 없는 미라를 토티르데스의 관과 한 세트로 묶어 버렸던 것 같다. 미라는 아마포를 풀어놓은 상태가 아니라 실제 시신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
곽민수 더럼대 고고학과 연구원
만약 망자의 심장이 마아트의 깃털보다 무거우면 망자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경우 저울 한쪽에 앉아 있던 하마, 악어, 사자 등 이집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동물이 합쳐진 모습을 한 암미트라는 괴물이 망자의 심장을 먹어치운다. 심장을 잃은 망자는 완전한 무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이집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최후다. 반면 망자가 심장 무게를 재는 과정을 잘 통과하게 되면 저승의 왕인 오시리스에게 부활에 관한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이때 망자를 오시리스에게 안내하는 것은 호루스이고 오시리스는 왕좌 뒤편에 서 있는 이시스와 네프티스의 보좌를 받는다.
2020-03-03 30면